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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버티자'였는데…난 바보가 됐다" 이국종의 토로

최종수정 2020.01.26 00:04 기사입력 2020.01.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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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본지행사에서 외상센터 고충 밝혀
"한국사회, 외상센터 운영할 투명도 못 갖춰"
예산지원한 복지부, 방관태도에 결심굳힌듯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19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19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센터장으로서 일선 현장의 불법행위나 예산을 횡령하는 걸 막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목을 걸고 막았어야 했다. 이제는 어떻게든 이걸(권역외상센터) 끝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좀 더 미리 끝내서 외상센터 사람들이 고생하지 않았어야 했다."


지난해 10월 30일 본지가 주최했던 행사에서 강연을 맡았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답답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보다 2주가량 앞서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간호인력 증원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 예산을 병원이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병원 측으로부터 압박받던 시기였다.


석해균ㆍ오청성을 살려내며 외상센터 필요성을 대외적으로도 널리 알린 20여년 경력의 외상외과 의사는 그간의 일에서 얻은 보람보다는 후회가 커보였다.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폭언이 방송보도로 알려진 후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상센터를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이국종 교수가 맘을 굳힌 건 이미 오래전부터인 것도 그래서다.


그는 "외상센터 직원을 착취하고 쥐어짜서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 정도의 투명도나 기반시설로는 외상센터를 운영할 수 없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임신 중 무리한 업무로 유산하거나 손가락이 부러져도 보상받지 못하는 간호사, 1년중 집에 가는 날이 닷새도 채 안 되는 후배의사를 바라보는 이 교수의 심정은 참담했다. '아프면 치료한다'는 단순한 신념으로 센터를 이끌어왔는데, 그 안에 있는 센터 직원이 고생하는 걸 보면서 자괴감이 든 적도 여러번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올해만 버텨야겠다'는 심정으로 지금껏 이끌어왔는데 갈수록 바보가 돼가는 것 같다"면서 "한국사회가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김현우 PD iluvu6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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