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 아베, 北 미사일로 트럼프 발등 찍다

北 미사일 "합의 위반 아냐"vs"유엔 결의 위반" 상반된 입장
트럼프 뒤늦게 수습하려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미국과 일본의 정상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한자리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이례적 장면이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김 위원장)가 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며 대북 강경론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동의까지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확실한 상황 정리를 위해 아베 총리의 견해를 요청했다. 당연히 자신의 견해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여기서 반전이 벌어졌다. 아베 총리는 작심한 듯 "유엔(UN) 결의 위반이다"라고 맞받아친 데 이어 "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또 경험하는 것은 매우 후회스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입장을)충분히 이해한다"며 진화에 나서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베 총리가 물꼬를 트자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 세례를 쏟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 정리를 위해 김 위원장과 유엔 제재 위반 문제에 대해 의논하지 않았으며 자신과 의논한 것은 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하며 진땀을 빼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런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며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든 아니든 우리는 미사일의 세계에 있다"라고까지 했다. 아베 총리도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은 한페이지에 있다"며 거들고 나섰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진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만남에 추가할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 할 것이다. 그래, 아마"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나는 결국, 내가 잘 알게 된 김정은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는 것을 듣는 건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며 "어떤 일본 정상도 이날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도 미ㆍ일 정상이 무역협상에는 합의했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에는 이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