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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쇼핑하는데 말 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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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매장에서 시행 중인 '무언 접객 서비스'.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점원이 일체 말을 걸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국내 화장품 매장에서 시행 중인 '무언 접객 서비스'.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점원이 일체 말을 걸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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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쇼핑도 트랜드가 있습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북적거리는 곳을 좋아하기도 하고, 조용히 혼자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혼밥', '혼술'이 대세가 된 요즘의 쇼핑트랜드는 어떨까요? 요즘 사람들은 쇼핑할 때 간섭받거나 누군가 집적거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알아서 쇼핑할테니 말 걸지마!"라고 정의할 수 있지요.

쇼핑하러 매장에 들어가면 점원이 다가와 묻는 가장 기본적인 접객인사는 "고객님, 찾으시는 제품 있으세요?"입니다. 이런 식으로 점원이든 누구든 내게 다가와 말을 거는 자체가 싫다는 말입니다.


몇 년 전부터 일본의 한 의류매장에서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상당한 호응을 얻으면서 '침묵택시'로 확대됐고, 점차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되고 잇는 추세라고 합니다. 있다. 무언 접객 서비스는 매장에 방문한 고객에게 다가가 제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하기 전에는 점원이 그 어떤 말도 건네지 않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일본의 의류 브랜드 '어반리서치(Urban Research)' 스토어에서는 2017년 5월부터 매장 입구에 파란 쇼핑백을 비치하고, 이 가방을 든 손님에게는 점원이 일체 말을 걸지 않았고, 근처에 다가가지도 않았습니다. 이 가방이 바로 '침묵의 가방'입니다.

이 브랜드는 고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자기 페이스로 물건을 사고 싶으니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점원이 말을 걸어오면 긴장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자 '침묵의 가방'을 매장에 비치하면서 무언 접객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점원들은 도움울 요청하는 고객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고객은 점원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쇼핑할 수 있게 돼 매장내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쇼핑을 벗어나 서비스업으로도 침묵이 확장된 것이 '침묵택시'입니다. 일본 교토의 '도(都)택시'는 고객이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목적지를 묻거나 요금을 받을 때 필요한 말 외는 말을 걸지 않습니다. 요즘 승객들, 특히 대부분의 여성은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창밖을 내다보면 봤지 운전기사와는 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간혹 길을 묻거나 명소나 맛집을 찾는 승객에게는 친절하게 응대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어반리서치 스토어 입구에 비치된 '침묵의 가방'.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일본의 어반리서치 스토어 입구에 비치된 '침묵의 가방'.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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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이런 서비스는 시행 중입니다.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매장에서는 매장 입구에 '혼자 볼게요'와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두 종류의 바구니를 비치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17년 8월 5개 매장에서만 무언 접객 서비스를 실시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지금은 40여개의 매장에서 시행할 정도로 이 서비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안경 브랜드인 젠틀몬스터 매장에서도 고객들이 원하지 않으면 점원들이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사람 대신 인터넷을 활용합니다. 전자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제품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제품에 대한 정보가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고객들이 즐겨 찾는 제품도 체크하고, 고객은 매장을 벗어나서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계속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합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서비스를 시행해왔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매장에서는 입구에 3가지 색 팔찌를 비치해 두고, 이 중 하늘색 팔찌를 찬 고객은 '나 혼자 쇼핑하고 싶으니 말 걸지 말라'는 고객으로 분류돼 일체 점원이 말을 걸지 않습니다. 이 제도는 고객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어느 시점에 중단됐고, 현대백화점에서도 엇비슷한 서비스를 시행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국내서 시행될 당시는 낯설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매장에서 고객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이도저도 아니면 고객의 수준이 모자라서 일까요? 어떤 이유에서 과거에 중단됐든지 지금은 무언 접객 서비스가 당연한 듯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국내 택시업계에서도 이 서비스를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지하철에서도 침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칸을 만들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런 침묵 서비스는 소통이 단절되고, 사람간의 관계가 희미해지는 현대 사회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라면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서비스의 한 종류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지나친 고객 응대가 오히려 '갑질'을 부추긴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고객 응대 서비스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 주고받는 합리적인 공생 관계입니다. 침묵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일정 부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침묵'도 서비스이고, 배려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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