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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법이민자 고국 송금 몰리는 핀테크 업체들…자금세탁방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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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법이민자 고국 송금 몰리는 핀테크 업체들…자금세탁방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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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매주 일요일 열리는 서울 혜화동 파출소 주변 필리핀 이민자 장터 한 구석에서는 핀테크 업체 부스가 마련돼 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A씨는 최근 비자 만기로 불법체류자가 되면서 은행 계좌가 막히자 이곳을 찾았다. 지인이 알려준 조언에 따라 아직 비자가 유효한 일터 동료의 비자 복사본을 가져갔는데 핀테크업체 직원 B씨는 군말없이 송금 절차를 도와줬다. 직접 은행원과 마주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쉽고 빠르게 처리됐다.

일부 핀테크 소액송금업체들이 불법 이민자들의 해외송금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고객 확인'이나 '의심거래보고' 등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송금을 해주고 있어 마약대금 등 불법자금의 세탁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핀테크 소액해외송금업체는 25곳으로,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은행처럼 자금세탁방지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고객의 신원(주소, 연락처 등)과 실제소유자, 금융거래 목적, 자금원천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25개 송금업체 중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업체는 5개 미만에 불과하다. 전산 서버 등 인프라 구축에 최소 10억~20억원이 들어가는데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에서는 외국인노동자가 반드시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은행과 달리 핀테크 소액송금업체들은 비대면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명의도용의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상황에서도 본인 인증을 강화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데 영세한 업체들이 그럴 여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송금업체들의 송금 기법인 '풀링'은 불법 자금의 이동경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풀링은 여러 사람의 돈을 한 업체가 모아 한 번에 송금한 뒤 고국에서 나눠주는 방식으로 일종의 '공동구매' 형태다. 여러 소액 송금을 모아 한 번에 보낼 경우 마약대금, 관세포탈금 등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끼어들어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핀테크 소액송금업체 송금액과 건수는 각각 3억6500만달러, 55만건으로 집계됐다. 소액해외송금업 제도 도입 초기인 2017년 4분기보다 각각 25.4배, 24.6배나 늘었다.


이 규모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소액 송금업체의 송금 한도는 건당 3000달러ㆍ연간 3만달러인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건당 5000달러ㆍ연간 5만달러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송금 한도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해외로 보내지는 '블랙머니' 규모도 확대될 소지가 있다. 금감원은 불법체류자가 다른 합법이민자의 신분증 복사본을 이용할 때 송금업체가 이를 식별하지 못하고 처리해줬다면 불법이민자는 공문서 위조나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핀테크 업체는 피해자가 되는 구조다. 다만 알고도 거래해줬다면 실명거래원칙에 위배돼 핀테크 업체는 피의자가 된다.


불법 송금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아직 정보수집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사를 나가려면 우선 확실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며 "아직 검사 계획은 없지만, 참고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검사 나갈 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기준 국내 불법체류외국인은 35만7106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0만4838명)보다 17.1%나 증가한 규모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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