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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성적 보니…法 "평소 실력 중요한 국어·수학, 편차 너무 심해"

최종수정 2019.05.25 09:11 기사입력 2019.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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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본 '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쌍둥이 국어·수학, 교내는 1~7등 전국 모의고사는 68~300등
판사 "국어는 지문 독해력, 수학은 평소 실력 중요한데 성적차 지나쳐"

쌍둥이 자매 동시 전교 1등으로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와 이 학교 전 교무부장 집 등을 경찰이 5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숙명여고. /문호남 기자 munonam@

쌍둥이 자매 동시 전교 1등으로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와 이 학교 전 교무부장 집 등을 경찰이 5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숙명여고.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유죄였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그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 고등학교 내부의 성적처리에 대해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됐다"며 중형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판사는 현씨가 시험을 앞두고 평일 근무시간 이후, 주말 야근을 자주 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 가운데 두 딸의 급격한 성적 향상도 한몫했다. 이는 다른 근거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판사는 다른 과목보다도 국어와 수학 성적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국어와 수학이 가지는 과목의 특성 때문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해서 성적을 올렸다고 보더라도 국어와 수학은 특성상 기본적인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중학교때부터 받은 성적 등을 살펴보면 A양과 B양은 그렇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판결문에 적시됐다.


우선 성적이 특정 시기에 갑자기 올랐다. 판결문에 나온 증거자료들을 살펴보면, A양의 수학 성적의 경우,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59.9점, 기말고사 75점을 받았지만 같은 해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 기말고사 95.7점이었다. 이 판사는 "의심을 부를 만한 정황"이라면서 A양이 중학교 때 B등급을 맞은 1학년을 제외하고 3학년까지 C-D등급(60~70점)에 머물렀던 점을 근거로 지적했다. 중학교부터 1학년까지 한결 같이 수학 성적이 안 좋았는데 2학기 때 갑자기 좋아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여길 만했다.

B양의 수학도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94.4점, 기말고사 82.3점이었지만 2017학년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으로 뛰었고 같은 학기 기말고사에서는 95.7점이었다. 국어 점수도 유사한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국어와 수학은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교육계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은 다른, 이른바 암기과목들에 비해 이전부터 탄탄히 닦은 기초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쌍둥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쌍둥이는 학교에서 경쟁하는 교내 시험에 비해 전국 동급생들과 경쟁하고 문제도 미리 받아볼 수 없는 모의고사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이 판사는 이를 통해 쌍둥이의 교내 시험 성적이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봤다.


전교 석차에서 차이가 컸다. A양은 국어 내신이 1학년 2학기 7등, 2학년 1학기 1등이었지만 1학년 9월 모의고사는 130등, 2학년 3월 모의고사는 301등이었다. 수학도 2학년 1학기 내신에서 1등이었지만 1학년 9월 모의고사에서 300등, 2학년 3월 모의고사에서 96등을 하는 등 차이가 컸다. B양도 국어와 수학이 2학년 1학기 내신에서 모두 1등이었지만 1학년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68등, 수학 149등이었고 2학년 3월 모의고사는 국어 459등, 수학 121등이었다.


이 판사는 "지문 독해력이 중요한 국어 과목,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과목 등에 한정해서 본다면 교내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다는 쌍둥이 딸 A와 B의 교내 정기고사 국어 및 수학 과목 성적과 모의고사 국어 및 수학 과목 성적 사이에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고 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성적 보니…法 "평소 실력 중요한 국어·수학, 편차 너무 심해"

B양이 2018학년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물리 과목 만점을 받은 사실도 재판부는 중요한 판단 근거로 봤다. 당시 물리 시험은 고난이도로 출제됐는데, B양은 제대로 된 풀이과정도 쓰지 않고 모든 문제를 다 맞췄다. 만점을 받은 학생은 전교에서 B양이 유일했다.


당시 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시험문제 난이도로 봐도 정밀한 암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출제의도에 비춰 해당 시험 문제 중 일부 문제는 오로지 암산으로만 틀리지 않고 정답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풀이과정을 적지 않고 암산으로 만점을 받았다면 사실상 B양은 '물리 천재'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다. 이 판사는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B양의 만점은 "경험칙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시험지에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써놓은 숫자열도 현씨와 쌍둥이 딸들의 발목을 잡았다. A양은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중 영어독해와 작문, 지구과학 과목 시험지에 연한 글씨로 숫자열을 써뒀다. B양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운동과 건강생활 과목 시험지에 매우 작은 글씨로 "1 3 3 2 4, 5 4 4 1 4"로 시작하는 5줄의 숫자열을 적어뒀다. B양이 평소 쓰는 글씨보다 더 작은 크기로 쒀 거의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고 미리 확인한 답안을 바탕으로 쓴 숫자열로 이 판사는 판단했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일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씨의 범행으로 쌍둥이 언니는 1학년 1학기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 5등, 2학년 1학기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다.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50등 밖에서 2학기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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