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의정부 일가족 참변, 아버지 '주저흔'·딸 '방어흔'…극단적 선택 강요했나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 극단적 선택 가능성
국과수 1차 소견, 아버지 '주저흔'·딸 '방어흔'
방어흔, 가해자 공격 막을 때 생기는 상처
극단적 선택 동의가 아닌 강요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0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의 시신에서 자해 전 망설인 흔적인 '주저흔'과 '방어흔'이 확인된 가운데, 딸 시신에서 발견된 방어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어흔은 가해자로부터 흉기나 둔기로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막다가 생기는 상처를 말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가족 일부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뒤 실행에 옮겼지만, 가족 중 누군가는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들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피해자 3명 모두 목 부위 찔린 상처와 베인 상처 등이 사인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남편인 A(50) 씨에게서는 주저흔(자해 과정에서 생긴 상처)이 발견됐다. 딸인 고등학생 B(18)양에게는 손등에서 약한 방어흔이 나왔다.

아내 C(46) 씨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 D(15) 군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가족 시신을 최초로 발견 119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최근 억대 부채에 시달리며 처지를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A 씨가 신변을 비관해 아내와 딸 가족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딸 B 양, A 씨 '극단적 선택' 결심 동의 안했나

딸 시신에서 발견된 방어흔은 가해자가 흉기로 공격하면, 흉기를 쥐거나 막으면서 베이거나 찔릴 수 있음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흉기를 잡는 등의 행동을 할 때 발생하는 상처를 말한다.

이런 상처의 특징은 절창 또는 자창으로, 스스로 저지를 수 있는 부위에 생긴다. 주로 손목의 앞쪽(손바닥 쪽), 목, 가슴이나 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어흔이 왜 딸 손등에서 나왔느냐는 것이다. 사건 정황을 종합하면 처지를 비관한 A 씨가 아들 D 군을 제외하고 극단적 선택을 실행할 때 딸 B양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동의하지 않았거나 A 씨의 실행 과정서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D 군은 경찰 조사에서 "오전 4시까지 학교 과제를 한 뒤 늦게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오전 11시가 넘었고,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전날 오후 부모님과 누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비관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가족들의 국과수 1차 소견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또 D 군에 대해서는 심리 상담 등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다. 현재 D 군은 조부와 함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