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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들의 '국민을 위하여'는 진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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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제도 개편 등 사회적 이슈가 조직별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與野), 검경을 불문하고 그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 또는 국민의 행복이다. 외향적으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 지도층 모두가 민(民)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 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다가오는 여름철 이들에게 시원한 얼음물이라도 대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른 듯하다. 말 없는 대다수 국민은 이제 이들의 낯설지 않은 싸움에 박수보다는 "하는 짓이 그렇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라는 냉소를 보낸다. 지난 주말 때 이른 더위에 '치맥'을 한잔하는 자리에 모인 이웃 주민들의 반응은 "정치인들 수준하고는…. 먹고살 만하니 별짓을 다하면서 싸우고 ××한다. 힘들어 죽겠는데"라는 극단적 비난까지 나온다.

정말 먹고사는 문제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24시간 편의점 다섯 곳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는 조명만 켜놓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니 야간 영업수익으로는 인건비조차 맞추기 어려워 장사는 할 수 없고, 조명을 꺼놓으면 편의점 본사와의 계약 위반이 돼 불만 켜놓고 있다는 푸념이다.


태평성대를 지칭하는 요순시절(堯舜時節) 정치는 선양(禪讓)이라는 상호존중의 덕치가 이뤄져 정쟁이 없었고 백성의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가 넘쳐 격양가를 부르며 심지어 군주가 누구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요즘 정치인들은 국민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음에도 행여 존재감이 잊힐까 염려해서인지 막말 등을 일삼아 그들을 잊고 살아갈 여유조차 빼앗아버리곤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검경은 어떠한가? 수사권은 민주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상충을 해결하고 사회 정의를 세우기 위해 국민이 위임한 권리라는 생각조차 망각하고 수사권이 마치 자신들의 밥그릇인 양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꼴불견이라는 비난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다.

검찰이 힘 있는 자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것은 오래된 사실이고 경찰 역시 버닝썬 사건 등 각종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경 모두 뼈저린 자기반성보다는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은 평범한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전직 경찰 총수가 살아 있는 권력의 입맛을 위해 정보 조직을 잘못 활용해 구속까지 된 것은 물론 정보경찰 간부는 노조원의 장례비 합의에 중개사 역할을 해 정보경찰 폐지론까지 거론되니 경찰 역시 정치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흑역사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산(茶山)은 목민관이 지켜야 할 네 가지 철칙으로 "아래로는 백성을 두려워하고 위로는 대간(臺諫)을 두려워하며 그 위로는 조정(朝廷)을 두려워하고 그보다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목민관이 두려워하는 것은 대간과 조정뿐이고 백성과 하늘은 두려워하지 않는 때가 많다. 대간과 조정은 가깝기도 하지만 멀기도 하다. 그러나 백성과 하늘은 바로 앞에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헤아리고 몸으로 느껴 호흡을 함께하고 있으니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는 가장 밀접한 관계가 백성과 하늘이다"라면서 민의(民意)를 깨닫지 못하면 백성은 세상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사권도, 입법권도 모두 국민이 준 권리이고 그 권리의 주인은 언제든 이를 회수할 수 있음을 그들은 두려워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여'를 외치는 것보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천하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글귀가 오늘따라 새롭게 느껴진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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