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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착하게 생긴 얼굴 단점이자 강점이죠

최종수정 2019.04.25 12:40 기사입력 2019.04.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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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서 주목받는 김혜준

[라임라이트]착하게 생긴 얼굴 단점이자 강점이죠

세월호 참사 다룬 영화서도 중압감에 표현 조심스러워…감정 억누르며 담담히 연기


배우 김혜준은 스물네 살이다. 영화에서는 고등학생만 연기했다. 앳돼 보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여름 화초처럼 풋풋하다. 위로를 주는 배역에 관심이 많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맡은 '봄이 가도(2018년)'가 대표적이다. 선한 인상으로 밝은 기운을 전한다. 그녀가 자신하는 외모의 강점이다. "얼굴이 착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차가운 표정을 지어도 순해 보인다고요.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에 관심이 많아진 듯해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아버지 조학주(류승룡)의 권력욕 때문에 늙은 왕에게 시집을 가는 중전 조씨를 연기했다. 무심한 표정으로 아버지 못잖은 야심을 드러낸다. 그녀는 딱딱한 말투와 부자연스런 표정으로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 출연하는 사극이라서 부담도 있었겠지만, 못되게 보이려는 게 티가 났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그리기에 벅찬 배역이었다. "드라마가 공개되고 반응을 살피면서 많이 위축됐어요. 시즌2도 제작되잖아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지금도 회복하는 단계에요. 지적들을 자양분으로 받아들여 고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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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은 '미성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 두 가정이 불륜 때문에 격랑에 휘말리는 이야기. 그녀가 그린 주리는 아버지 대원(김윤석)의 불륜으로 집안이 파탄나면서 방황한다. 어머니 영주(염정아)를 걱정하는 한편 비슷한 처지의 윤아(박세진)와 고민하며 성장한다. 김혜준은 "아버지와 미희(김소진)의 대화를 엿듣는 첫 장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몰래 숨어서 어떤 감정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질문했죠. 화날까? 슬플까? 속상할까? 고민 끝에 담담한 표정을 지었어요. 단순히 사건을 목격하는데 집중했죠. 차분한 감정을 보여준 덕에 조금씩 변하는 감정을 안정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봄이 가도에서 전미선과 연기한 끈끈한 모녀 관계가 도움이 됐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되어 엄마 앞에 나타나는데, 슬프거나 속상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재회 뒤 이어지는 감정 교류를 여느 가정에서 볼 법한 관계로 보여준다. 배역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표현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고민이 컸어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감정을 왜곡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을 느꼈죠. 슬픔이나 속상함을 표현하기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그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특정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편안하게 엄마를 마주했어요."

[라임라이트]착하게 생긴 얼굴 단점이자 강점이죠


미성년은 이런 접근을 심화한 작품이다. 성장이 멈춘 어른들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그렇다. 다른 한편에 윤아와 함께 지내며 성장하는 과정이 의도적으로 배치돼 변주하기가 쉽지 않다. 김혜준은 "애매한 표현을 많이 했다"고 했다. "촬영하면서 우리네 삶과 감정이 복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바람난 아빠가 밉지만 단번에 외면할 수는 없잖아요. 아빠와 바람이 난 아줌마에 대한 감정도 다르지 않아요. 때리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순수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본다면 차마 욕을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명확한 표현과 조금 거리를 뒀어요. 그래야만 관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는 부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주리와 윤아는 미희가 낳은 못난이(태명)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대원과 미희가 사랑을 속삭였던 유원지로 향한다. 주리는 엄마에게 받은 딸기우유와 초코우유를 꺼내어 개봉한다. 그 안에 못난이의 유골을 털어 넣어 윤아와 함께 마신다. 못난이는 물론 아빠와 엄마의 행위를 기억하겠다는 일종의 의식이다. 영화가 공개된 다음 논란이 된 결말을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의아했어요. 무슨 의미일지 몰라서 제작진에게 여쭤봤죠. 그런데 연기해보니까 이해되더라고요. 미성년이잖아요.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마지막 교복일 수도 있어요. 최근 젖살이 많이 빠졌거든요. 이제 성년처럼 연기해야겠죠(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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