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金, 핵 포기하고 경제 택해야"…'카자흐 모델' 강조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누르술탄(카자흐스탄)=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남북 정상 간 대화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약 30분간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비핵화를 이끌고 계신 초대 대통령에 경의를 표한다. 전 세계가 초대 대통령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임 중 '자발적 비핵화'를 이루고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최대 부국으로 성장시킨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비핵화는) 단순하지만 고귀하고 좋은 것"이라며 "우리는 핵을 포기하면서 신뢰를 얻었다"고 비핵화에 대해 허심탄회한 발언을 쏟아냈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오늘 인류가 결정해야 할 것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지연하게 되면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북ㆍ미 대화가 교착국면인 가운데 마치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입을 빌려 문 대통령이 북을 향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면담한 나자르바예프 센터에 남긴 방명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계봉우ㆍ황운정 지사 유해와 함께 봉환하려 했던 홍범도 장군 유해는 늦어도 내년 중 재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누르술탄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 장군이 총사령관으로써 (이끌었던) 봉오동ㆍ청산리 전투가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며 "늦어도 내년에는 홍 장군의 유해를 봉환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뜨겁다는 메시지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토카예프 대통령도 내년 행사 때까지 해결될 수 있도록 (카자흐스탄)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하고, 본인도 직접 챙기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의 면담에 이은 친교만찬을 끝으로 순방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번 순방 성과는 ▲중앙아 3개국 정상으로부터 '신(新)북방 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 확보 ▲13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 수주 지원 및 기업의 중앙아 진출 확대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 및 30만 고려인 동포 격려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동남아 순방을 통한 신남방 외교에 이어 우리 외교의 실질적 지평, 시장 확대를 한반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확장했다"며 "130억달러 규모 24개 프로젝트의 수주를 지원 등 우리 기업의 중앙아 진출 확대 전망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3개국 정상들은 공히 한국을 최우선 협력 대상국으로 삼아,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와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던 문 대통령은 7박8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3일 오후 늦게 귀국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