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 횟수 두고 신경전…"주 3회, 방어하지 말란 얘기"

재판부 "횟수 지정 더 생각"…다음 공판준비기일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사법부 고위 간부들이 검찰 측과 향후 재판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차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을 하기 전 주요 쟁점과 증거 자료,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자리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들만 나와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변호인들은 검찰이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3회 재판을 진행하자고 재판부에 의견을 낸 데 대해 일제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재판을 하자는 건 변호인들에게 방어하지 말란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또 "증거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변호인이 아무도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도 "재판을 빨리 진행해야 하는 건 이해하지만 초기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어느 정도 재판에 속도가 붙으면 주 2회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 역시 "주 3회는 무리"라며 "왜 월요일과 화요일은 배제하는지 납득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무리한 재판 일정을 이유로 변호인단이 대거 사임하기도 했다.

검찰은 법정에 불러야 할 사람이 현 상태에서 250명인 점을 들어 주 3회 재판을 주장했지만, 변호인들의 반발에 "꼭 수·목·금을 주장하는 건 아니고 월·화 기일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기일 횟수 지정에 대해 더 생각해보겠다"고 정리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고 주장해 온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이날도 "재판부가 아예 공소 기각 판결을 하는 게 타당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때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해 재판부가 예단하게 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검찰은 앞서 재판부의 지적에 따라 공소장의 일부 표현을 고쳐 변경 허가 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판단을 보류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