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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한일관계, 민간교류 협력강화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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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점에 들를 때면 한편에 자리 잡은 책 제목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전집인데 제목을 볼 때마다 일본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지리적으로 일본은 가장 가까운 해외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약 60㎞밖에 안 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정도다. 하지만 정서적 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먼 듯하다. 일본에 조금만 호의적 발언을 하면 친일 딱지가 붙는다. 어쩌다 일본과의 시합에서 지기라도 하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거센 비난 속에 죄인마냥 고개를 숙인다. 독립한 지 70년이 지났건만, 반일 감정은 그대로인 듯하다.


최근 정서적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위안부, 강제징용과 같은 과거사 문제는 물론 국제 관함식 불참, 위협 비행, 레이더 조사 문제 등 새로운 갈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감정적 대결도 심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혐한류'라는 만화가 팔리고, 한국는 일본 기업 제품에 '전범 기업'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바람직한 길일까.

정치 영역을 벗어나 민간 차원의 교류 현황을 보면 양국이 서로 사이좋은 이웃나라같다. 양국 간 경제교류 규모를 보면 1980년대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 2대 수입국의 지위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다. 한국도 일본에 있어 3대 무역국으로 일본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고 있다. 일본의 한국 투자는 총 1만4365건, 440억달러, 한국의 일본 투자는 9998건, 111억달러로 투자도 활발하다. 경제 협력 측면에서 양국은 실과 바늘 같은 관계인 셈이다.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양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한 해 1000만명을 넘는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은 295만명으로 전년보다 27.6% 늘었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은 754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요새는 일본에 취업하는 젊은이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인적 교류만 보면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 같은 분위기다.


이처럼 활발한 교류를 볼 때 아직은 한일 관계 경색이 정치 영역에서 민간 교류 영역으로 넘어 오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일본과의 갈등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경제 분야까지 불편한 관계가 확대돼 양국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해외로 판매하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는 큰 타격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핵심장비의 33.7%, 기계류의 21.5%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내 투자 위축도 우려된다. 실제 일본의 대(對)한국 투자가 2014년 25억달러에서 2018년 13억달러로 무려 절반 가까이 감소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일 갈등으로 민간 교류가 영향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활발한 교류협력은 우리에게 보약이 아닌 독약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인한 보복 조치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중국에 투자했던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매출 감소, 사업 철수 등의 피해를 봤다. 우리 내수시장도 중국 관광객 감소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마저 등을 돌린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이념보다 실리적 관점에서 일본을 바라봐야 한다. 첨예한 갈등의 역사를 뒤로 하고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한 길이다. 1919년 4월, 인도에서는 영국군이 반영(反英) 시위를 제압하기 위해 인도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발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으며 양국 간 감정의 골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영국은 지금 인도의 6대 수출국으로 매우 중요한 교역국이 돼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40여년 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면서 베트남은 큰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선택은 미래였다. 전쟁 이후 베트남은 한국ㆍ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1990년대부터 경제개발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지금은 베트남의 1대 수출국이 미국이고 2대 수입국이 한국이다.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감정을 앞세우면 당장 카타르시스는 느낄 수 있으나, 국민의 피해는 현실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색된 한일 관계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마침 일본은 새로운 연호를 정하고 새 시대를 열고 있다.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향한 감성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현명함이 아닐까.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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