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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외건설과 시스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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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전년 대비 52.2%나 줄어든 4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16년에 6위를 차지했던 우리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작년에는 12위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건설 수주실적의 급감이다. 2010년에 사상최고치인 716억달러를 기록했던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작년에는 321억달러로 떨어졌다. 해외건설 매출 실적은 2016∼2018년 설계와 시공 분야 모두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했다.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정부대책은 여러 가지가 나왔다. 작년에는 해외 인프라ㆍ도시개발 지원공사(KIND)를 출범시켰다. 올해 초부터 '해외수주 활력 제고방안'을 통해 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과 더불어 범정부 차원에서 '팀 코리아'를 구축해 민간기업의 해외수주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며칠 전에는 3조원대에 달하는 '글로벌 플랜트ㆍ건설ㆍ스마트시티 펀드' 조성 방안도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의지나 정책방안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작 해외건설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해외건설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은 시스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행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시스템 경쟁력이란 금융이나 기술과 같은 한두 가지 요소만이 아니라 인력, 시장정보, 설계ㆍ엔지니어링, 현지화, 리스크 관리, 경영관리, 건설사업관리,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역량 등 경쟁력을 구성하는 총체적 연관 요소들의 결합 경쟁력을 의미한다. 이처럼 연관된 수많은 요소들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두 가지 요소의 강화만으로 당장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렵다. 지금도 우리는 시장 정보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설계ㆍ엔지니어링 역량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개념 설계 역량은 아예 없다. 현지의 법ㆍ제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협력업체나 기능인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다. 해외사업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외업체의 인수합병(M&A)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영관리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인수한 해외업체와의 시너지도 부족하다. 프로젝트 규모의 대형화와 복잡화에도 불구하고 건설사업관리나 프로그램 관리 역량도 부족하다. 계약관리나 클레임 관리를 비롯한 법률적 대응 역량도 부족하다. 특히 이런 모든 역량 부족의 근간에는 해외건설사업을 담당하는 인적 역량의 취약성이란 문제가 깔려 있다. 그 인력은 어학능력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시장정보, 경영관리, 사업관리,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역량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가지 역량의 보강만으로 해외건설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만병통치약이 있다는 식의 주장이나 다를 바 없다.


해외건설은 수주만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외건설은 한 건 수주금액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다 보니 수주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초대형사업일수록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창피한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수주 직후 1~2년은 잘 진행되는 듯이 보이다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부터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기도 한다. 완공할 때까지 4~5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수주 당시의 본부장이나 임원이 완공시점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일단 수주해서 실적만 쌓고 보자는 식의 수주지상주의가 해외건설에 미친 폐해는 대단히 심각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지금의 수주실적을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그만큼 과거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고 수행 역량을 감안한 선별 수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단기 성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고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스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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