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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유령 '플랫폼 노동자']"알바 아닙니다"…'디지털 특고' 라이더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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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를 아십니까
위탁계약 新특수고용 근로자
4대보험 등 없는 개인사업자
금·토·일 근무 야간노동 필수
운전 못하면 최저임금 '그림의 떡'

[도시의 유령 '플랫폼 노동자']"알바 아닙니다"…'디지털 특고' 라이더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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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앱) 회사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배달기사 김명성(25)씨는 지난달 31일 위탁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4년간 일해온 곳이었지만 휴대전화로 대뜸 "내일부터 출근하지말라"는 식이었다. 김씨와 해당 지점의 위탁계약서를 보면 계약해지는 30일전 통보하게 돼 있다. 계약 해지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가 교체한) 전(前) 지점장과 친하다"고 했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기사용 배달대행 앱으로 '배달 콜'은 들어오지만 접수를 하면 회사에서 취소해 버린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업체의 전형적 해고 방식이다. 김씨는 "기사 대부분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버겁다"고 했다.


배달대행 기사들은 '도시의 유령'이다. 새벽녘까지 분주히 도시 이곳 저곳 골목과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음식을 나르지만 이들이 어디서 오는지 누구와 일하는지 아는 이들도,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다. 건당 2000~3000원가량 수수료가 대가의 전부다. 음식점에 채용돼 업주 지시를 받는 전통적인 배달원과는 고용 형태가 다르다. 배달대행업체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탁계약으로 묶인 이들이다. 위탁계약을 맺으면 배달원을 고용했을 때 생기는 일체의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4대 보험, 퇴직금, 산재 처리 등 의무도 없다.

고객이 음식점에 음식배달을 주문하면, 음식점은 대행업체에게 배달을 맡긴다. 대행업체는 배달 기사들에게 콜을 띄우고 기사들은 콜을 받아 배달 업무를 실행한다. 자영업자로 취급받지만 업무시간과 장소, 업무 내용을 스스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금ㆍ토ㆍ일 등 주말 근무와 야간 노동은 필수다.

배달대행 기사들은 대기시간엔 공원벤치나 편의점 등에서 다음 콜을 기다리며 휴식한다. 주요 장소는 편의점이다. 기사들은 편의점은 '등대'라고 불렀다. 24시간 불이 켜져있어서다. 추위도 피하고 더위도 막아준다.

배달대행 기사들은 대기시간엔 공원벤치나 편의점 등에서 다음 콜을 기다리며 휴식한다. 주요 장소는 편의점이다. 기사들은 편의점은 '등대'라고 불렀다. 24시간 불이 켜져있어서다. 추위도 피하고 더위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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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였던 김씨의 하루는 길었다. 오전 10시부터 주문이 올라온다. 주로 햄버거 매장 콜이 많았다. 오후 3시 짬을 내 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다시 저녁 콜이 쏟아진다. 하루 12시간, 콜이 부족한 날에는 많게는 16시간까지 일을 한다. 장시간, 새벽근무에 동원된 그들이 받는 하루 일당은 천차만별이다. 김씨는 "운전에 능숙하지 못하면 최저임금도 챙기지 못한다"며 "운전도 능숙한데다 부지런히 꾀 부리지 않은 사람들은 하루 20만원가까이 버는 이들도 있다. 자기가 일한만큼 돈 벌수 있다는 것이 배달대행 기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기시간엔 공원벤치나 편의점 등에서 다음 콜을 기다리며 휴식한다. 주요 장소는 편의점이다. 기사들은 편의점을 '등대'라고 불렀다. 24시간 불이 켜져있어서다. 추위도 피하고 더위도 막아준다.


배달대행 기사들은 그들의 생명은 속도다.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한 라이더는 깁스를 한채 근무에 나서기도 했다. 꾸준히 배달 콜을 받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다리 부상을 당한 라이더의 모습.

배달대행 기사들은 그들의 생명은 속도다.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한 라이더는 깁스를 한채 근무에 나서기도 했다. 꾸준히 배달 콜을 받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다리 부상을 당한 라이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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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토바이에 오른다. 부상 위험을 걱정하지만 그들의 생명은 속도다. 다른 라이더 정모(29)씨는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 때문에 다리에 실금이 갔었는데 깁스한 채 운전을 하기도 했다"며 "근무를 꾸준히 하지 못하면 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어쩔수 없다"고 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입사 전 교육', '로고 복장 착용', '근태 관리' 등으로 기사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한다. 해외에선 차량공유 플랫폼 사업자인 우버의 기업가치가 134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는 비판도 많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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