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
10년前 OECD서 어린이 온라인보호 이슈 주도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신체+정서능력 저하 우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영ㆍ유아층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영유아층의 스마트폰 과의존은 자기조절능력을 갖추기 전의 문제인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 소장은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10여년 전 우리나라가 어린이에 대한 온라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슈를 주도적으로 내세운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따로 가이드라인을 만든 전례가 있다. 영유아층의 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외국인이 많은 식당을 갈 때 어린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쓰고 있는 경우 유독 한국인 가족이 많다. 스마트폰이 일찌감치 보급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놀이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진행한 영유아 디지털 과의존 예방 토론회자료에 따르면, 스마트기기를 2시간 이상 쓴 아동의 부정적 정서지수는 30분 이내 쓴 아동과 비교해 27% 이상 높게 나타났다.
같은 연구소의 오주현 연구교수는 "스마트폰을 접하게 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걸 감안해 최근 연구소 자체 조사에서는 만 12개월 이상 영아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등 범위를 넓혔다"면서 "영유아 과의존의 경우 시력ㆍ청력, 자세 등 신체 발달의 저하문제와도 직결되지만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줄면서 인지ㆍ정서적 능력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미국 유학시절 전화통화를 하며 건널목을 지나던 이가 열차사고로 숨지는 사고를 접하며 중독현상이 극단적인 폐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한다. 연구소 차원에서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건널목이나 횡단보도 근처에서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가 뜨는 시제품을 만든 것도 같은 배경이다. 김 소장은 "LED 등을 활용해 건널목 주변에 표지판을 두지만 정작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이들은 화면만 쳐다볼 뿐 주변을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실내 계단에서 낙상사고 역시 스마트폰 때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 사용패턴을 감안해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회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예방이나 사전교육이 중요한 만큼, 디지털 리터러시처럼 스마트폰 환경에 적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김 소장은 강조했다. 그는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계기로 장밋빛 전망을 내다보는 이가 많지만 과의존 같은 부작용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거나 관심이 덜하다"면서 "과의존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없으니 전문가 풀이 형성되지 못하고 그에 따라 예방교육 콘텐츠도 부실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교수 역시 "부모의 교육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어떤 시점에,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뚜렷한 방향제시가 없다"면서 "정작 부모가 교육받을 시간이 부족하고 교육을 받아도 실생활에서 적용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보다 효과적인 전달체계를 갖춰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이 이끄는 바른ICT연구소는 연세대와 SK텔레콤 이 2015년 공동 설립한 연구기관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반을 둘러싼 조사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과의존ㆍ과몰입ㆍ중독 문제를 포함해 디지털 정보격차, 개인 정보보호ㆍ사생활 침해 등 ICT산업이 부상하면서 어두운 면으로 꼽히는 분야가 주 연구대상이다. 김 소장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걸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용자 스스로 올바른 사용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론 개발자, 서비스제공자 입장에서도 스마트폰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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