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서울대생이 쓰던 '펜' 팝니다…값 7000원" 범람하는 학벌주의 폐해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수험생들을 위한 서울대생이 직접 쓴 응원 손편지와 볼펜 판매합니다. 구성품은 스티커 형태의 의예과 및 경영대 등을 전공한 서울대생이 직접 쓴 응원편지와 서울대생이 공부할 때 사용한 펜, 서울대 마크가 그려져 있는 신제품 컴퓨터 싸인펜입니다."


지난 24일 서울대학교 창업 동아리인 학생벤처네트워크(SNUSV.NET)의 일원이 중고품 거래 웹사이트와 맘카페에 올린 글이다. 서울대생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손편지와 공부할 때 쓰던 펜, 컴퓨터용 싸인펜까지 총 가격은 7000원이다. 선착순으로 등급컷이 높은 학과의 학생이 쓴 손편지를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대학 내 학과까지도 서열을 매긴 셈이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최근 고착화된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로 교육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생들의 이런 행동은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꼴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누리꾼은 "수험생들의 간절함을 돈벌이에 이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학 서열의 맨 꼭대기에 있는 서울대생이 그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쓰던 펜'을 판매하는 것 뿐이냐"며 "공부비법을 공유하는 등 자신들의 재능을 좀 더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서울대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울대 재학생인 이모씨(27)는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대 굿즈(기념품)를 사기 위해 학교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로 구매한 수험생이 있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서울대생의 응원과 우리가 쓰던 펜이 어떤 값어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대생이란 타이틀에 과하게 몰입해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 서모씨(30)도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 학벌주의가 만연하면서 명문대생들로 하여금 지나친 학력자부심을 키운 것 같다"며 "학벌주의의 또 다른 병폐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실제 한국 사회는 '학벌공화국'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학벌주의가 고착된 상태다. 시중은행에서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출신의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대기업에서 수도권 최상위 대학부터 전문대 ·지방 하위권 대학까지 등급을 매긴 뒤 채용에 반영하는 사례가 있는 등 출신학교가 취업과 인생을 좌우하고 있다.


이런 학벌주의는 명문대생들의 '학력자부심'을 키워냈다. 지난 2017년에는 고대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쓴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등급컷이 낮은 대학 출신의 사람들을 '노력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특정 직업군에 '학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울대생이 쓰던 '펜' 팝니다…값 7000원" 범람하는 학벌주의 폐해 원본보기 아이콘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동아리 측은 판매 글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 25일 서울대 창업 동아리 측은 "저희의 생각이 짧았으며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렸다"며 "학벌주의와 서열주의가 충분히 큰 사회문제임에도 아이템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자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열주의를 부추기는 것 같은 상품을 기획한 점, 이를 대중적 공간에서 서울대의 이름으로 이익을 취하고자 한 것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