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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Eye] '한국형 렌트' 전세…올라도 떨어져도 시장엔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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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이어지던 홀수해 전세대란 올해 사라져
역전세난에 세입자 유리하지만 보증금 못 돌려받는 경우 늘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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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홀수 해 전세대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공식처럼 통하던 속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 매매 및 전셋값이 급락한 후 2009년부터 다시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때부터 재계약 시점인 홀수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됐다. '전세대란'도 심심찮게 연출됐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 물량이 넘치다 보니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이른바 '역전세난'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힘들게 전세를 구하는 수고를 덜게 되고 자연히 전셋값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세입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일종의 유기체와도 같은 부동산시장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작용과 반작용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부동산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거주 방식이다. 국내 전세제도는 과거 근대화 시절 서울로 인구가 급격히 몰리면서 집이 부족하게 돼 집이 없는 사람들이 일정한 돈을 맡기고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 데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6ㆍ25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주택난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전세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됐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세입자는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 개념으로 전세를 이용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전세제도는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사라지면서 전세 공급이 급감한 반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전세에 눌러앉으려는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일부 매매가와 전세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 장기화까지 더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서울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서면서 30년 안에 전세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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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주택시장을 보면 전세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세 물량이 급증하면서 세입자가 골라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기존에 세입자가 비용을 부담하던 도배도 요즘에는 집주인들이 직접 해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새 아파트도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전셋값이 몇 달 새 수억원까지 떨어지는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집주인들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보다는 재계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떨어진 전셋값만큼 차액을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까지 1.74% 하락했다. 낙폭이 급격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고가 단지의 경우 차액이 수억원대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세입자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셋값이 내려가는 것은 세입자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의도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작용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및 지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갭투자로 인한 투기 수요는 막아야 하지만 기존에 만연했던 갭투자로 인해 시장에 파열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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