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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숫자에 갇힌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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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졌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중국의 통계 조작 얘기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성장률 6.6% 보다 낮은 6~6.5%로 제시했을 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언론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성장률 통계도 믿을 수 없는데 목표치 제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양회 기간 중국의 성장률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2008~2016년 중국의 명목과 실질 GDP 성장률이 각각 연평균 1.7%포인트, 2%포인트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악성 부채를 제대로 반영할 경우 GDP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고 지적했고 샹쑹쭤 인민대 교수는 지난해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빚의 만리장성'의 저자 디니 맥마흔은 중국 공무원들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빠른 경제성장과 급속한 세입 증대라며 "숫자가 관리를 만들기 때문에 관리는 숫자를 지어낸다"고 표현했다.

통계조작 논란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풀어야할 숙제다. 가뜩이나 성장률 둔화로 세계 경제에 주는 부담이 큰데 신뢰도까지 지적을 받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오랜 통계조작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중국 정부가 마련한 해결방안은 지역별 성장률 경쟁에 힘을 빼는 것이다. 국가통계국은 올해부터 지방의 통계를 직접 넘겨받아 GDP를 산출하고 지역별 GDP 규모와 경제성장률을 비교해 서열화 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에 맡겼던 데이터 수집과 산출을 이젠 국가통계국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중앙정부의 간섭을 강화해 지방정부의 통계조작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행이 중국 정부가 더 이상 고속 성장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점은 GDP 산출방식의 변화 시도가 가능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들은 '바오빠(保八ㆍ성장률 8% 고수 전략)'와 '바오치(保七ㆍ성장률 7% 고수 전략)'가 연달아 붕괴되자 빠른 속도 보다는 양질의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구간으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올해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이상 이를 달성하려는 지방정부의 경쟁은 여전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통계 조작이 아니더라도 중국은 매년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받는다.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지난해 6.6% 성장을 이룬 것만 해도 고무적인 성과라고 자화자찬 하면서도 각국 언론이 '중국발 세계 성장 둔화' 얘기를 꺼낼때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낮아진 올해 성장률 목표를 두고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빗발치자 중국 관영언론은 '숫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통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성장률이 떨어질 때마다 집중되는 세간의 우려는 당분간 중국을 계속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될 것이다. 두 문제 모두 단기간에 극복되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당장의 고통이 두렵다고 통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작업을 늦추거나 질적 성장 보다 고속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회귀한다면 중국은 숫자의 덫에서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외부의 우려를 지우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감한 변화로 세계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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