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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장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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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말로 종료하기로 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3년간 더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문제가 '증세' 논란으로 불붙자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조차 피한 채 뒤로 미뤄버렸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연달아 악수(惡手)를 뒀다고 지적했다.


16일 정치권과 금융권은 올해 세법 가운데 주요 쟁점으로 예상됐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문제가 세법 논의가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일몰로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연간 2조원 규모의 세금을 환급해주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이제는 종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은 당정청 협의를 통해 일몰을 3년 연장키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증세 논란 등 악재를 피하려 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정부 여당이 둔 첫 번째 악수는 문제를 꺼내든 방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는 그 축소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일부 시민단체 등이 이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방침으로 파악하고, 세부담 증가 등을 내세우며 증세 문제를 거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은 채 섣부르게 이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한 세무전문가는 홍 부총리의 언급이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시험한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의 경우 따로 떼네서 접근하면 세금이 느는 것만 보이게 된다"면서 "이 문제를 다루려면 전체적인 세액과 세출의 그림에서 설득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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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의장은 "이런 식으로 하니까 조세제도가 누더기가 된다"면서 "신용카드를 일몰시키더라도 직불카드의 경우에는 신용카드 일몰에 따른 세금 증가를 상쇄하고도 남을 혜택을 주는 등 국민 입장에서 손해라고 느낌이 들지 않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향을 정하고 국민에게 혜택을 늘려 손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혁신해가며 개혁해야지 반대만 있을 때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애거나 줄이려 했다면 교육비나 의료비 등 국민들의 실제 생활에 필요한 혜택에 대한 보완방안을 함께 담아, 봉급생활자들이 느끼는 손해를 보완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악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보편적인 소득공제가 아니라는 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혜택은 사용액이 많은 고소득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경우 공제액은 최대 한계치인 300만원에 가깝지만 소득 하위 20%의 경우에는 절반가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인환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신용카드 등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라는 제도의 특성상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에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득수준별 공제혜택 불균형의 정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번째 악수는 당정청이 향후에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시기를 단순 연장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유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다. 13일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당정청 결과를 소개하면서 "신용카드소득공제 제도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지만, 근로자의 세부담 경감을 위한 보편적 공제제도로 운용되어 온 점을 감안하여 일몰을 3년 연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회 기회재정위원회 세법 논의 과정에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문제는 두 가지 입장이 충돌했다. 한 쪽은 과세지표 양성화라는 정책목표가 이뤄졌으니 일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쪽은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이제 보편적 공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당시 논의 양상을 보면 유승희·서병수 민주당 의원의 경우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당초 목적이 달성됐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추경호·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편적 제도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정청 결론에서 장부가 '보편적 공제제도'만을 언급함에 따라 사실상 정부 역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당초 정책 목표와 달리 보편적 공제제도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추후 논의 과정에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과 관련한 정치, 사회적 논쟁의 지형은 좁혀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도입 이래로 쟁점이었다. 결제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가계경제 파탄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도입하려 한 것은 소득이 드러나지 않았던 자영업자 등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조장한 데에는 가계소비를 진작하는 동시에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정권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종료하려 했지만, 제도의 관성 등의 영향으로 매순간 유지되어 왔다. 지난해 국회는 올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세법을 통해 입장을 정할 것을 요구했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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