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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지 몰랐다" 전셋값 하락에 발목 잡힌 '매맷값', 대세하락 공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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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50%대 진입
갭투자 나섰던 집주인들 시름

'KB 선도 아파트 50지수' 1% 이상 하락, 2012년 이후 처음

강남 3구부터 시작, 서울 아파트 거래 전월세로 변화


"이 정도일지 몰랐다" 전셋값 하락에 발목 잡힌 '매맷값', 대세하락 공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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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서울 서초구 한빛삼성아파트 소유주인 조모씨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하며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았다. 2년 전 8억5000만원에 계약한 세입자가 계약 기간 만료로 이사하겠다고 통보해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위해 전세를 내놨지만, 예전 가격으론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이사 시기가 임박하자 조씨는 결국 전셋값을 6억9000만원까지 내렸다. 조씨는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면서 "6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하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아 차액 1억6000만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년 만에 50%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헬리오시티발' 전셋값 하락세가 서울 강남권을 넘어 광진구, 중구, 종로구 등 강북 일대까지 확산되면서 한때 90%에 근접했던 서울 전세가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2년 전 가격보다 더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봄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전세를 지렛대로 활용했던 갭투자자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1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59.9%를 기록했다. 평균가격 대비 전세가율도 59.4%까지 밀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2013년 3월 59.9% 이후 처음이다.


전셋값은 이후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다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내려간 초저금리와 맞물리면서 껑충 뛰었다. 초저금리로 인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품귀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7년 말 평균 전세가율은 73%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 80%를 넘어 90%에 육박하며 '미친 전셋값'이 화두가 됐다. 이는 2017년 하반기부터 집값을 가파르게 끌어올린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높은 전셋값을 기반으로 갭투자에 나서려는 수요와 전세 대신 매매를 선택한 실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벌어진 결과였다. 실제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8% 이상 올라 2006년(23.46%)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상황은 이와 반대다. 전셋값이 지지선을 형성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전셋값 하락세가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현상이 벌어지면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집주인들의 급매물들이 늘어날 수 있어 매매가격 약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공급물량 증가와 기존 전세 세입자가 분양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재계약에 나서지 않는 등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보증금 반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낮아지는 전세보증금으로 주거비 부담 경과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반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값 대세 하락기 접어드나=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비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집값 대세 하락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KB부동산이 집계한 'KB선도 아파트 50지수'는 -1.03%로, 1% 이상 지수가 하락한 것은 201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의 변화는 서울 서초구, 송파구, 강남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서울 아파트 거래는 매매에서 전월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의 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1년 전 대비 60% 이상 급감해 2013년 1월 이후 최소 거래량을 기록한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16% 이상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량은 최근 5년 평균 대비 40% 가까이 급증했다.


매수세가 위축되는 가운데 신규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서울의 입주 예정 물량은 약 4만3000가구로 지난해보다 17% 이상 늘었다. 아울러 올해 3~5월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의 분양 예정 물량만 4만가구에 육박한다. 지난해보다 18%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물량은 느는데 매수세는 위축되고 역전세난까지 엎친 데 덮친 상황이 이어지며 매수 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1일 기준으로 73.2를 기록하며 2013년 3월11일(71.8) 이후 5년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0~200 사이인 매매수급지수는 100 아래로 내려가면 공급이 더 많고 100 이상이면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10일 116.3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7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세가격 추세가 관건= 여기에 전세 가격 낙폭 확대가 과거와 달리 매매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 가격을 지지해 상승세를 탔던 매매 가격이 이번엔 가파른 전세 가격 하락에 맞물려 추세 하락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파트 공급 물량 증가에 이어 기존 전세 세입자가 분양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재계약에 나서지 않는 등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전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공급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큰 가운데 전세 가격 하락 추세가 매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조정 폭이 커지고 기간 역시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공급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도 쉽게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매도 물량이 시장에 쌓여가는 가운데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어 급매물 등이 계속 늘어날 경우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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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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