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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육원 봉사하던 착한 의사 동생 죽음에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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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연속근무 중 숨진 길병원 소아전공의 누나의 하소연

[단독]"보육원 봉사하던 착한 의사 동생 죽음에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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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군복무(카투사) 시절 보육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줄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의사가 된 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활동을 했던 착한 동생이었는데…"


신명숙(가명·39세)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떨궜다. 상복을 입은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지쳐 보였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는 시선은 또 다시 허공을 향했다. "손자의 죽음을 알게 된 할머니가 큰 충격을 받고 돌아가셨어요. 동생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할머니까지 잃게 돼 온 집안에 울음소리 뿐이에요."

12일 할머니 발인을 치르는 신씨 가족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설 연휴를 앞둔 이달 1일이었다.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2년차 전공의인 동생(33세)이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숨진 신씨는 키 18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에 평소 지병이 없어 유족은 과로사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씨는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평일 낮 근무를 했고, 저녁 식사 후 곧바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던 중에 운명을 달리 했다. 신명숙씨가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병원의 태도 때문이다. 신명숙씨는 "병원 측은 3년동안 헌신했던 동생의 죽음에 관해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다"면서 "'수련환경에 문제는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진심어린 사과 등을 일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열심히 해줘서 자랑스럽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만 해줬다면 이런 서운함은 없을 것"이라고 흐느꼈다.


숨진 신씨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동료애가 두터웠다. 신씨는 사고가 나기 며칠 전에도 전공의를 앞둔 인턴 후배에게 "전공의 1년차가 되면 모두가 너에게 부탁을 할 것이고 몸을 챙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이라면서 "몸을 혹사당하는데 잘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씨의 병원 지인은 "부탁을 모두 들어주다보면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들다고 조언했지만 정작 자신은 타인의 부탁을 마다하지 않고 들어줬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가 난 병원은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의 한 전문의는 "사실 병원의 업무 강도가 세서 인턴들 사이에서 고충이 끊이질 않는다"면서 "지난해 병원 파업 여파로 보조인력이 줄었고 신씨가 맡던 업무는 과거 4명이 했다가 최근 결원이 생겨 업무부담이 더 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길병원 또 다른 전공의는 "신씨는 1~2월 소아 중환자실 주치의로 있었는데 소아는 성인과 다르게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등 돌발상황에 준비해야 하고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면서 "항시 콜에 대비해 쪽잠을 자는 등 긴장상태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과로사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신씨가 36시간 연속 근무일에 숨지면서 과로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씨의 시신부검을 의뢰한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받았고, 이달 말 정밀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승우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의수련환경개선및지위향상을위한법률'에 따르면 16시간 이상 연속 수련을 한 전공의에게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줘야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법적 근로시간 초과는 당연하고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게 일상"이라며 "수련환경의 문제를 점검하고 과도한 연속근무를 막는 법적ㆍ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지난 9일 병원장 주재 하에 교수 회의를 열고 자체 진상위원회를 꾸려 조사중"이라면서 "부검 결과가 최종 확인되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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