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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축하해" … 불러도 대답없는 아이들의 늦은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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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명예졸업장 받는 세월호 희생학생 250명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번 졸업식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희생된 250명의 졸업식이다. /안산=김현민 기자 kimhyun81@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번 졸업식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희생된 250명의 졸업식이다. /안산=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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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졸업식장으로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엄마는 고개를 돌렸다. 검정 스웨터에 검정 목도리, 엄마의 옷가지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250여개 의자마다 보자기에 싼 졸업앨범과 졸업장, 학생증과 꽃다발이 가만히 놓여 있었다.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는 5년간 매일 쏟아냈던 그 울음과 탄식을 다시 반복했다.

강당 입구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한 아빠는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와 졸업식이 무슨 소용이겠냐 싶지만, 어쩌겠어요, 한다니 보러와야지." 2학년10반 아이의 이름이 써진 의자 앞에서 아빠는 또다시 한참을 서 있다 끝내 학생증 속 딸아이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12일 오전 10시 안산 단원고 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들의 명예졸업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유가족과 재학생들, 그리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 시민들의 애도 속에 진행됐다.


"2학년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추모 동영상에 이어 250명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불리우는 동안 아이 대신 졸업식장에 앉은 엄마, 아빠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냈다.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단원고 1학년 학생들 스무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래 '눈물기도'와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는 동안, 실신 직전에 실려나온 한 엄마는 끝내 복도 끝에 주저앉아 애통하게 울부짖었다.


2014년 4월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은 모두 250명이다. 생존학생 75명은 지난 2016년 1월 졸업했다.


명예졸업식이 열리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학사일정 중이라도 사고로 사망한 학생에 대해선 초ㆍ중학교는 면제, 고등학교는 제적 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 애초 희생자들은 단원고에서 제적 처리됐었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학생들에 대해 특별법이 제정되며 '명예졸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미수습 학생들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졸업식을 미뤄오다 최근 명예졸업식을 진행해 달라고 최근 학교 측에 요청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졸업식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앞으로의 미래 세대들에게 안전한 교육을 보장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식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는 "세월호 참사 5년만에 졸업식을 하게 돼 송구하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250명 우리 아이들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한시라도 잊지 않고,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산=조인경 기자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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