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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는 현대판 '빵과 서커스'에 불과할까?...핀란드 실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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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본소득제 실험, 고용효과 없어... 논란 가속화

고대 로마의 '소맥법', 현대 나우루 공화국의 복지 파산... 지속가능성이 관건


(사진=영화 '글라디에이터'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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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2017년부터 만 2년간 진행됐던 핀란드의 기본소득제도(basic income guarantee) 실험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 세계 정치권의 공통 이슈 중 하나인 기본소득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애초 실업자들의 자기계발 및 취업을 보조하고자 했던 제도 자체의 취지와 달리 고용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국가들도 정책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지속가능성,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자칫 고대 로마제국의 '빵과 서커스' 정책처럼 단순 우민화 및 포퓰리즘 정책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안고있단 지적 또한 늘고 있다.

핀란드 현지 언론 및 외신들에 의하면, 핀란드 보건복지부는 8일(현지시간) 지난 2017년 1월 이후 만 2년간 실시해온 실험적인 기본소득제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발표했다. 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 2000명의 실업자를 임의 선발, 2년간 매달 560유로(한화 약 72만원)을 제공하고 정규 및 임시직 취업 등을 독려해왔다. 하지만 만 2년이 지난 현재 선발된 2000명의 노동시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며, 실업문제 해결에 긍정적·부정적 어느 쪽에도 아무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전 세계 정치권의 주요 공약으로 떠오른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찬반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본소득제도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아시아 각국 정치권에서 검토되고 있는 제도로 국가가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 이를 통해 빈민구제 및 소비를 유도하는 사회보장정책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기계화 발전에 따라 고용효과가 높았던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고용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2010년대부터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발전과 기계화에 따라 고용효과가 크던 제조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소비 부진을 막고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전 세계 정치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영화 '아이로봇' 장면 캡쳐)

인공지능 발전과 기계화에 따라 고용효과가 크던 제조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소비 부진을 막고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전 세계 정치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영화 '아이로봇'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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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핀란드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또한 2017년부터 기본소득제도 운영을 위한 시범 사업에 들어갔으며, 앞서 2016년에는 스위스가 기본소득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유권자 76.9%의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시킴주가 실험적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올봄 총선을 앞두고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에서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제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 기본소득제도 자체는 1980년대 이후 정파를 막론하고 논의가 시작된 제도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직접 국가가 돈을 지급하면, 사회보장제도 내의 사각지대에 놓인 숨어있는 빈민층에게도 혜택이 직접 돌아갈 수 있고, 국민들의 가처분소득 증대가 소비 증대에 따른 내수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업자들이 좀더 안정적인 직업교육을 받으며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 이점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보다는 제도의 폐해가 더 클 것이란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운영 중인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고 정부가 직접 돈을 지급할 경우, 비싼 민간 의료 및 서비스 이용을 빈곤층이 감당하기 더 어려울 것이란 반론과 함께 역으로 근로의욕이 크게 꺾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한번 실행되면 폐지하기 어려운 복지제도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재정부담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크다.


나우루 공화국은 1970년대 이후 구아노라 알려진 인광석 자원을 토대로 1만3000여명에 불과한 소수 국민들에게 소득과 주택, 의료혜택 등을 무상지원하는 복지천국을 구가했었으나 1990년대부터 인광석 자원의 고갈, 재정운용 실패 등이 겹쳐 2000년대 초반 국가가 파산상태에 이르렀던 바 있다. (사진=http://www.nauru.or.kr)

나우루 공화국은 1970년대 이후 구아노라 알려진 인광석 자원을 토대로 1만3000여명에 불과한 소수 국민들에게 소득과 주택, 의료혜택 등을 무상지원하는 복지천국을 구가했었으나 1990년대부터 인광석 자원의 고갈, 재정운용 실패 등이 겹쳐 2000년대 초반 국가가 파산상태에 이르렀던 바 있다. (사진=http://www.naur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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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본소득제도와 유사한 복지제도를 구가했던 국가들도 재정부담을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로마제국으로, 보통 '빵과 서커스'란 이름으로 요약된다. 실제 로마의 기본소득제도는 기원전 2세기경 시작된 '소맥법'으로 이는 만 17세 이상 모든 로마시민권자에게 한달에 약 30kg 이상의 밀을 공급하고, 모든 공공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였다.


이 역시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제국민의 약 1% 정도에 불과했던 시민권자들에게 주어진 특혜였으며, 군사력으로 지배하던 식민지 수탈과 노예제로 얻어진 산물들을 이용한 복지정책이었다. 처음에는 제한적인 특혜 정책에 불과했지만, 시민권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역으로 제국의 정복 및 확장이 멈추면서 재정에 큰 부담으로 남게됐다. 그럼에도 로마 황제들은 정권과 인기 유지를 위해 해당 정책을 끝까지 폐지하지 못했고, 이로인해 급증한 재정부담이 멸망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1970년대 구아노란 자원 덕에 일약 부국이 됐던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인 나우루 공화국이 기본소득제 주요 실패사례로 거론되곤 한다. 구아노 자원 채굴로 벌어들인 재정이 넘쳐나면서 당시 나우루 공화국 정부는 1만3000여명에 불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금없이 소득은 물론 주택, 학비, 병원 등을 무상제공하는 복지정책을 폈으나 30년도 못가 자원이 바닥나면서 국가가 파산상태를 맞았었다. 결국 경제변화와 세수,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와 대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기본소득제가 바로 파급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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