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반영,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종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1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데다 국내 수출도 나빠지는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직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당분간 통화정책 변화 없이 경기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24일 한은은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75%로 동결했다.

1월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예견된 바다. 직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는데 바로 이어서 변화를 주기에는 경제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30일 개최된 직전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급증한 가계부채로 인한 금리 불균형, 소비자물가 상승, 미국과의 금리 역전 심화 등을 금리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이 부진하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는 등 대내외 상황이 변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특히 우리 수출을 끌고 갔던 반도체가 부진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8%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이 떨어지면서 같은 기간 전체 수출도 14.6%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에도 전년 대비 8.3% 감소하며 27개월 만에 수출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부진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경기부진 우려도 커진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금리가 인상된 이후 각종 실물 경제 지표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고 국내 가계부채 증가율은 걱정이 안 되는 수준까지 낮아져야 하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이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 분위기"라며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1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는 것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미국은 최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년여 만에 최대 폭 급락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도 작년 경제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도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연초 신년사에서 "경기가 안좋아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률 역시 예상보다 낮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3%에 그쳤다. 한은이 목표로 하는 2.0%에 크게 못미친다. 글로벌 경기 둔화우려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전기, 수도, 가스 등 공공물가가 하락한 것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글로벌 경제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고 있다는 것이 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이라며 "국내도 올해 들어 수출이 크게 위축되는 등 경기가 부진할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경기 불안도 커지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세계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유가가 떨어졌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