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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미세먼지 호통친다더니…된통 당한 환경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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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서 중국發 영향 공방전 예상했지만
비공개로 바뀌자 ‘中 저감대책 PT’ 칭찬 어르고 달래기 급급
우리 측 준비 부족도 시인…굴욕외교 논란에 “수사적 표현”
환경부 장관 업무미흡 평가에 “엉뚱한 대책이라도 찾아보자”

궈징 중국 국제환경협력사 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궈징 중국 국제환경협력사 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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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중국 정부가 잘 해주고 있고, 협력도 잘 해주고 있다.” “원더풀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셨다.” “중국도 드라마틱하고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22일 비공개로 열린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서 우리 측 환경부 관계자가 한 발언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한 자리였지만, 막상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우리 정부는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어르고 달래기 바빴다.
◆“다음부터 준비 잘하겠다”…한껏 몸낮춘 韓 정부= 우리 측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은 회의장 분위기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회의 장소인 서울 중구 롯데호텔 36층.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듯 취재진들은 일찌감치 회의장을 빼곡히 채웠다.

그러나 오후 2시 회의 시간이 다 되도록 우리 측 참석자들이 도착하지 않아 몇몇 빈자리가 눈에 띄었고, 시작 직전에서야 전원 착석했다. 중국 측 테이블을 보니 미리 준비한 각종 자료, 파일들이 겹겹이 쌓여있었지만 우리 측 테이블에는 페이퍼 몇 장이 전부였다. 실제로 중국 측은 그동안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설명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한 궈징 중국 생태환경부 국제합작사 사장은 5분 분량의 모두발언문을 읽어가며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반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석태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보시는 바처럼 미디어가, 한국 국민이 우리 회의에 관심도 많으시고 갖는 기대도 크신 것 같다”며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네고 짧게 끝냈다.
◆환경부 “할 말 하겠다” 했지만…사실상 中 설득전= 당초 우리 측은 한중 간 미세먼지 책임 공방을 두고 이번 환경협력회의에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비공개 회의 발언 내용을 뜯어보면 중국 측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설득전에 가까웠다.

한국 측은 “원더풀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셨다. 저희도 (다음부터는) 준비를 잘 하겠다”며 중국을 치켜세우고 우리 측의 준비 부족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시종일관 몸을 낮췄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중국 정부가 잘해주고 있고 협력도 잘해주고 있다”며 “계속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심도있게 검토해서 협력사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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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전날 환경부 고위 관계자가 “양국 간 회의에서 중국 측에 할 말을 세게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회의장에서는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 ‘한국이 중국 탓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미세먼지 관리에 힘쓰라’는 식의 공격성 발언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소극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환경부 관계자는 23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물어봐야 할 내용은 다 물어봤다”며 “논란이 됐던 이야기도 꺼내고, 우리나라의 성과도 이야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우리의 목적은 ‘제안’이었다”라며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서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굴욕외교’로 비칠 수 있는 발언들에 대해선 “외교석상에서 흔히 하는 수사적 표현”이라며 “외교적으로 (중국이) 잘한 것에 대해선 칭찬하면서 자기 할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중국이 자국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설명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자료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 이어 23일과 24일에는 외교부 국장급이 참석하는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가 개최된다. 환경부는 24일 오전 외교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문호남 기자 munonam@

조명래 환경부 장관/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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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장관 “업무평가 미흡…우울한 날”= 마침 이날은 국무조정실의 ‘2018년도 정부업무평가’에서 환경부가 최하위인 ‘미흡’ 평가를 받은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며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세종시 장군면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우울한 날”이라고 털어놓으며,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환경부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미세먼지 대책을 지시했다”면서 “오늘 모든 실국에 대한 정책 보고가 끝났고, 실국장들에게 올해 미션을 주겠다고 밝혔다. 대기국장에게는 미세먼지 저감에 최대한 역점을 두고 직을 걸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이든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자’고 오늘 다시 주문했다”며 “‘엉뚱한 것이라도 좋다. 대신 효과가 담보되고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 담보되는 미세먼지 대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새로운 미세먼지 대책 추진에 따른 비용 부담, 법·제도 개편 등은 자신이 책임지고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다음달 15일부터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1.5~2배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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