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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단단한 얼음장 위, 짜릿 살벌함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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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얼음트래킹, 혹한기에만 열리는 협곡사이 얼음물길

겨울 혹한기에만 가능한 한탄강 얼음 트래킹은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얼음장 위를 걷노라며 오금이 저려오지만 짜릿한 묘기가 있다. 여행객이 승일교아래 한탄강을 걷고 있다.

겨울 혹한기에만 가능한 한탄강 얼음 트래킹은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얼음장 위를 걷노라며 오금이 저려오지만 짜릿한 묘기가 있다. 여행객이 승일교아래 한탄강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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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소 주상절리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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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리는 직탕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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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암에서 순암계곡까지는 부교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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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얼음 트래킹 축제 메인 행사장인 승일교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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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땅 위가 아닌 얼음 위를 걷는다는 건 분명 상상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철원 한탄강이 겨울 혹한기에만 잠깐 허락하는 여정. 언 강의 수면 위로 치솟은 주상절리 협곡의 직벽 아래를 걷는 길. 바로 한탄강의 물길을 따라가는 짜릿 살벌한 '얼음 트래킹' 이야기입니다. 혹여 얼음이라도 깨질까 조심조심 내딛는 걸음에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입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얼음판 위를 살금살금 걷는 건 색다른 묘미입니다. 그 아슬함은 얼음 트래킹이 아니고는 맛보지 못할 즐거움입니다. 한파가 지나고 난 후 큰(漢) 여울(灘)이란 이름의 한탄강이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지난 주말, 얼음 트래킹 축제도 개막을 했습니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얼음장 위에 올라서 한탄강 위를 걸어봤습니다.

한탄강은 철원 평야의 너른 들판 아래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며 푹 꺼진 자리에 있다. 그러니 한탄강을 보려면 협곡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평야의 땅 아래 갈라진 계곡 사이로 강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곡을 이룬 강 아래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그러나 요즘 같은 겨울에는 사정이 다르다. 얼어붙은 강의 수면 위로 내려설 수 있고, 언 강물 위로 걸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한탄강 얼음 트래킹의 시작은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 불리는 직탕폭포다. 곳곳에 거대한 고드름 기둥을 세우고도 그 틈으로 폭포수가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 사이로 쉼 없이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노라면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또 힘찬 물살이 쏟아지면서 얼어붙은 형상은 마치 울끈 불끈 근육질의 모양도 닮았다.

태봉대교 아래에는 한탄강 얼음 트래킹에 참가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 되어야만 가능한 얼음 트래킹을 위해 1년을 기다린 사람들로 한탄강은 온통 원색의 등산복 천지다.

얼음 트래킹은 직탕폭포에서 시작해 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고석정~순담계곡으로 이어진다. 7km가 조금 넘는다.
첫발을 내딛었다. 한 발 두 발 강으로 걸음을 들여놓자 가슴이 두방망이질했다. 얼음장 저 아래쯤에서 '우지직'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딛는 발이 급작스레 푹 꺼질 것도 같고 얼음이 쫙 갈라질 것 만 같다. 축제 관계자는 "강을 덮은 얼음장의 두께가 족히 50㎝ 이상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 고 말한다.

두려움은 순간이다. 안전하다고 느낀 순간 얼음판을 가로 질러 가는 발걸음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스틱으로 바닥을 힘차게 찍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꽝꽝 얼어붙은 물길이지만, 한탄강은 한때 시뻘건 불길과 함께 끓어 넘치는 용암이 흘렀던 자리였다. 그게 27만 년 전의 일이었다.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이 일제히 폭발했던 이른바 한반도의 제4계 화산활동의 시기였다.

30여분 얼음장을 걷자 송대소 구간 주상절리와 마주한다. 오로지 강이 얼어붙는 이 겨울에만 주상절리에 다가가는 게 허락된다. 가늠할 수도 없는 시간 전에 자연이 만들어놓은 작품이라고 하니 경이롭기 그지없다.

송대소 구간은 한탄강 얼음 트래킹에서 최고의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높이 30m가 넘는 거대한 현무암 기암절벽에는 결대로 떨어져나간 주상절리들이 촘촘하다. 겨울철에 보여주는 직벽의 뼈대는 가히 장관이다. 반대편 직벽에는 바위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샹들리에처럼 얼어붙어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깊은 곳의 수심이 무려 20m는 넘는다지만, 단단하게 얼어붙은 송대소 협곡을 걷노라면 안온한 느낌마저 든다.

송대소를 지나면 군데군데 급류로 얼지 않은 소들이 드러나 있다. 위험구간에서는 줄을 매어두거나 부교로 우회길을 내뒀다.
얼음 트래킹이지만 모든 길이 아슬아슬한 것만은 아니다. 30cm가량 두껍게 언 평평한 얼음 위로 걷기도 하지만 바위나 강 주변 흙길을 걷기도 한다. 길이 끊어진 곳은 섶다리를 놓아 운치를 더했다.

승일교까지는 강폭이 제법 넓어진다. 간혹 미끄러운 얼음판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얼지 않은 물길과 소를 피해 강변과 얼음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곧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승일교 아래에 당도한다. 얼음 트래킹 메인 행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눈조각 전시, 눈썰매장, 먹거리 등 체험꺼리가 준비되어 있다.

얼음 트래킹이 아니라고 해도 철원을 찾는다면 승일교는 따로 들러볼 만하다. 경관이 빼어나진 않지만 의미가 깊은 다리다. 북한과 남한에서 반반씩 지었다. 1948년 철원이 북한 땅이었을 때 북한에서 다리의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되기 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군은 반쪽 다리만 남겨놓고 철수했다. 휴전을 선언한 후 남한에서는 나머지 다리를 지었다. 그래서 승일교란 이름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승(承)자와 김일성의 일(日)자를 따서 붙여졌다.

승일교를 지나면 고석정이 가까워진다. 멀리 고석암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이곳의 험한 지형을 이용해 석성을 쌓고 은거하면서 의적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빼어난 풍광과 수려한 경관 덕분에 촬영지로 애용되기도 한다.
고석정에서 순담계곡까지 1km남짓한 길은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아 설치된 부교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

한탄강 수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화강석 기암으로 이뤄진 순담계곡의 절경을 보고자 한다면 길을 더 걸어도 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고석정에서 멈춤도 한 방법이다. 여기까지의 얼음 트래킹만으로 그 짜릿 살벌한 즐거움은 충분히 만끽하고도 남음이다.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는 이번주말까지 운영한다. 올해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할지도 모른다.

철원=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조용준의 여행만리]단단한 얼음장 위, 짜릿 살벌함을 맛보다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메모
△가는길=외곽순환도로 퇴계원나들목이나 의주부IC를 나와 일동 방면으로 43번 국도를 따라 운천을 지나고 신철원(갈말읍)을 지난다. 문혜교차로에서 고석정 방면으로 좌회전해 463번 지방도로를 따라 고석정 앞을 지나서 직탕폭포나 태봉대교로 가면된다.
△볼거리=철원평화전망대, 철원 노동당사, 명성산, 삼부연폭포, 백마고지 전망대, 도피안사 등이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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