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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②눈길을 녹이는 과학,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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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멜팅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도로의 모습.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이 단점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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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염화물계 제설제의 단점을 보완한 제설제가 '비염화물계' 제설제입니다. 이른비 '친환경'이란 명칭을 붙인 제설제가 등장합니다. 친환경 제설제는 염소 성분의 함량을 줄이거나 다른 화학 성분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친환경 제설제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개발된 칼슘마그네슘아세테이트(CMA, Calcium Magnesium Acetate)와 유기산염(CMO, Calcium Magnesium Salt of Organic acids)입니다.

CMA는 옥수수의 발효 공정을 통해 제조되는 아세트산 중 25% 정도의 고농축 아세트산과 석회석의 반응을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고농축 아세트산이지만 산도는 ph8~10 정도의 약 알칼리성으로 자동차나 도로의 철제 구조물에 대한 부식률을 상당히 줄였습니다. 그러나 고농축 아세트산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염화칼슘 가격의 10배에 달하는 등 생산단가가 높아 실제 상용화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상수도나 수목 주변, 녹지 등 제한된 일부 공간에서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부식률을 낮추기는 했지만 완전히 없애지 못했고, 염소 성분이 빠진 만큼 제설 능력은 염화칼슘에 훨씬 못미칩니다. 비싼 만큼 제값을 못하는 것이지요.
너무 비싼 CMA를 대체할 수 있는 제설제로 주목받았던 제설제가 CMO입니다. CMO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기물에서 추출한 프로피온산 박테리아를 이용해 유기산을 발효시킨 후 만든 것입니다. 유기산 발효 제설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식물들의 생장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면 산성을 가진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집니다. 이 유기화합물을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과 결합시키면 녹는 성질이 강한 제설제가 되는 것이지요. 염화칼슘에 비해 독성이 적고, 차량 부식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환영 받지만 역시 문제는 비용입니다.
친환경 제설제 '에코트랙션'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친환경 제설제 '에코트랙션'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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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가 염화칼슘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다면, CMO는 2~5배 정도 비싸다고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친환경 제설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형편인 것이지요. 당장 국회나 지방의회에 예산 항목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써야 할 곳은 널렸는데 제설제 비용으로 많은 예산을 배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른 친환경 제설제로는 '에코트랙션(Eco Traction)'이 있습니다. 에코트랙션은 태양열을 끌어들여 주변 온도를 높여 눈을 녹게 만드는 광물질로 이뤄져 있습니다. 눈과 얼음 위에 뿌려주기만 하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도로를 부식시키지도 않으며, 식물에게도 100% 안전하면서 정수와 탈취까지 된다고 합니다.

평소 애완견과 자주 산책하던 캐나다 토론토의 한 주민이 애완견이 염화칼슘 때문에 암에 걸려 죽자 애완동물에게도 안전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에코트랙션입니다. 에코트랙션은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됐지만 염화물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용도 저렴한데 염화물계 제설제를 조심해서(?)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당장은 비용이 적게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도로나 교량의 보수가 더 잦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사회적 비용은 더 많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눈 오는 나라들의 공통된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제설 방법들이 고안돼 시행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제설 차량이 제설제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빨아들이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그 눈을 외진 곳에 쌓아뒀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녹게 하는 것이지요.

몇몇 나라에서는 '스노우 멜팅(Snow Melting)'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노면에 설치된 센서가 온도와 습도를 감지해 필요할 경우 노면 아래 깔린 열선을 통해 도로를 데우는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눈을 녹이는 '열선 도로'입니다.

일본의 홋카이도가 스노우 멜팅 도로가 많은 대표적인 곳입니다. 밤새 함박눈이 내려 도로 주변에는 100㎝가 넘는 눈이 쌓여도 도로 위는 문이 녹아 있습니다. 열선은 약 200~400℃의 온도로 데워집니다. 열선도로는 발열체, 무기 절연층, 외피 등으로 구성되는데 열선 위에 아스콘이나 콘크리트를 약 5~10㎝ 두께로 덮어서 온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제설 차량이 제설제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빨아들여 공공장소나 외진 곳에 쌓아뒀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녹게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캐나다에서는 제설 차량이 제설제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빨아들여 공공장소나 외진 곳에 쌓아뒀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녹게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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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열선 설치를 위해 기존의 포장도로를 해체해 공사해야 하고, 전기 요금이 많이 나와 예산에 큰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업이나 아파트의 인근 도로나 주차장 등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태양광 도로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태양광 도로는 노면에 태양광 모듈을 깔아 얻은 에너지를 인근 지역에 공급하고, 태양광을 축적한 열로 눈을 바로 녹이는 도로입니다. 현재 기술로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미래의 친환경 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많은 눈이 내리는데 사람이 다니는 곳의 눈은 인근 주민이 직접 치워야 합니다. 24시간 내에 집 주변 눈을 치우지 않으면 최고 500만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캐나다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제설작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나라입니다. 우리 집 앞과 근처의 눈도 함께 치우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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