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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 vs 기업 길들이기…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찬반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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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복지위는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박능후 장관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이사장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다./윤동주 기자 doso7@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복지위는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박능후 장관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이사장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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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를 본격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충돌하고 있다. 기업 오너 일가의 전횡 견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가는 물론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정부의 기업경영 개입으로 연금사회주의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를 검토하도록 했다. 수탁위는 이번 논의의 단초가 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모아 검토한 후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 등을 의논해 기금위에 보고하고, 기금위는 이를 토대로 내달 초 주주권 행사 내용과 범위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그동안 조용한 시장 참여자에 그쳤던 국내 최대 연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자로 시장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뜨겁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와 연금사회주의 부작용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는 지침으로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율 규범이다. 투자에서 재무적 지표 외에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하게 된다.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나 투자 철회까지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우리 증시가 저평가 된 이유는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성향 두 가지"라며 "이런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결정은)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노력을 계속한다면 배임·횡령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혀 주식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꾸어 내고 국민연금의 수익증대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그동안 주주권 행사를 안하거나 못한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국민연금을 포함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자율경영 방해, 경영간섭 등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불법·편법 경영과 황제 경영을 허용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일뿐 아니라 위험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동안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서 독립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스튜어드십코드가 기업 경영 간섭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국민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고, 20명의 기금 위원 중 정부 부처 차관이 4명 들어가는 등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는 수탁자책임위 위원 14명도 기금 위원들의 추천을 받아 결국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돼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기금운용본부장도 정부가 검증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재벌개혁을 위한 관치로 이어져 연금사회주의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수탁자전문위원 14명 가운데 9명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추천을 받은 인물이거나 노동계 인사로 구성됐다"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도 주장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관련 안건에 대한 오늘 논의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주주권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국민연금 공식 기구가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기도 전에 소관 부처 장관이 미리 결론을 내린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에겐 상당한 부담"이라며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원칙에 의거해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또한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다른 국가에서도 공적인 연·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고, 일본의 연·기금은 의결권 행사를 외부 자문 기관에 위탁한다"며 "정부의 경영 개입 여지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 심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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