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 마사시 도쿄대학 이사 '바다에서 본 역사'
중국은 11세기에 대당미(참파쌀)라는 벼의 신품종을 도입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인 인디카 타입으로, 조기 재배나 생육조건이 나쁜 저습지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했다. 저습지의 새로운 밭을 개발할 때 종종 심었다. 일본에서 대당미는 14세기에서 15세기 무렵에 어느 정도 정착되기 시작해 츠쿠시 평야의 저습지 개발 등에 이용됐다. 이는 일본의 벼농사 역사에서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사료에서는 1308년의 고문서에서 처음 발견되므로, 그 이전부터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13세기나 그 이전에 중국과의 무역에서 해상이나 그들의 배로 왕래한 승려 등이 강남에서 볍씨를 가져왔을 수 있다. 고려에서도 12세기에 저습지를 개발하는 와중에 동일한 품종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경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 강남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조금 다른 서술 방식을 시도한다. 역사서에서 자주 나타나는 시대별 통사적인 서술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다른 세 시기를 구분해 그 시대의 해역과 그것을 둘러싼 지역의 특징을 모델적으로 재현한다. 그래서 바다 중심의 시각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파노라마와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 시기는 1250년~1800년. '개방'과 '경합', '공생'의 시대로 분류했다. 각 부의 첫머리에 시대의 구도를 제시하고, 각 시기에 해당하는 해역의 정의와 특징을 설명한다. 이어 해역과 관련된 사람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누고, 이들이 해역의 역사적 전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관여했는지 살핀다. 정치권력과 항해 및 무역, 연안 거주다.
그 시각에서 각 나라의 문화들은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나타난다. 식문화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1250년부터 다양한 신분과 계층의 사람들이 대륙을 왕래했다. 당시 전래된 정진(精進) 요리와 딤섬 등 중국 요리는 일본의 요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라요노젠(중국 양식의 요리)'으로 불렸는데, 14세기 전반에 고다이고 천황이 즐겨먹었다고 한다. 면과 만두 또한 하카타를 창구로 삼아 중국에 건너간 승려들이 일본으로 전래했다는 전승이 있다. 차 문화의 유래도 다르지 않다. 차나무와 다기, 차를 내리는 방법이 한 세트로 구성된 강남의 차 문화를 수용해 일본만의 다도 문화를 확립했다. 그 무렵 이란에서도 차나무를 실험적으로 재배했다. 이란에 차밭이 정착한 것은 홍차 생산이 시작된 17세기지만, 이보다 상당히 이른 시기에 중국의 차 문화를 수용한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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