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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의 미제수첩]⑤맨홀 안에 갇힌 진실…오창 맨홀 변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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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읍 한 야산의 맨홀에서 A 씨 사체가 발견됐다.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2010년 2월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읍 한 야산의 맨홀에서 A 씨 사체가 발견됐다.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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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운동하러 가다 보니 평소 맨홀이 있던 자리에 야외용 돗자리가 덮여 있는 게 수상해 돗자리를 걷어내고 보니 사람이 맨홀 뚜껑에 목이 매여 숨져 있었다”


2010년 2월7일 오후 4시50분께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읍(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한 야산에서 시신 한구가 발견된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청주 홍덕경찰서에 따르면 시신은 손이 묶인 상태로 맨홀 뚜껑에 노끈으로 목이 매인 상태로 손은 케이블선으로 뒤로 묶인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옷차림은 검정색 바지와 점퍼 등을 입고, 검정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맨홀은 깊이 2.93m, 넓이 1.4m 였다. 목격자 B(당시 59) 씨가 말한 야외용 돗자리는 맨홀을 가리고 있었고 돌에 눌려 있었다.


시신의 신원은 청주에 사는 건설업자 A(당시 41) 씨로 밝혀졌다.


A 씨 사체가 발견된 맨홀 내부.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A 씨 사체가 발견된 맨홀 내부.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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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홀서 발견된 A 씨 사인 배경 논란…도대체 왜 맨홀서 발견됐나


문제는 사인의 배경이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시신의 손이 묶여있던 점을 주목하고 타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건 방향은 타살보다 A 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모아졌다. 시신에 별다른 외상이 없고 반항한 흔적조차 없는 점이 이를 뒷받침했다.


또 은폐하기 위해 덮어 놓았을 것이라 추측된 돗자리는 마치 시신의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 덮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A 씨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초동수사 논란도 일어났다. 사건 발생에 앞서 유족은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실종 접수 뒤 범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차량수배와 폐쇄회로(CC)TV분석,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왔다고 해명했다.


앞서 A 씨 가족들은 A 씨가 3일 오전 ‘밀린 공사대금을 받아 오겠다’며 나간 뒤 연락이 끊기자 이튿날 오전 10시께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휴대전화는 4일 오전11시께 진천군 초평면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끊겼다. 이후 A 씨가 타고 나갔던 차량은 8일 오전 시신 발견 장소에서 2.5km 떨어진 도로에서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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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 “A 씨 극단적 선택 할 정황 없어…누군가 함께 한 흔적 있다”


유족은 ‘A 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경찰 수사 방향에 강하게 반발했다.


A 씨가 외출 전 밝힌 ‘밀린 공사대금을 받아 오겠다’ 상황의 경우 유족은 같은 상황을 빈번하게 겪어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고 그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평소 운영하던 자금에 비하면 크지 않은 액수였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었다.


유족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경찰이) 자꾸 그런(극단적 선택) 쪽으로 얘기를 하니까 속상하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게 이대로 묻히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를 비롯해 경찰은 타살의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당시 범죄전문가들은 해당 방송을 통해 맨홀에 사체를 유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덮개에 목을 매어 살인하는 것은 낯선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극단적 선택의 경우라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복잡한 방법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 전문가는 “극단적 선택은 보통 순간적 흥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은 A 씨 당일 행적을 추적한 결과, 하루 종일 혼자 있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죽기 직전 찍힌 편의점 CCTV 화면에서도 혼자였고 누군가에 의해 협박받고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외부인과의 접촉이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편의점 CCTV 화면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유족은 A 씨 동선을 파악해 본 결과, 편의점 밖에서 누군가가 차를 움직이고 있었고 A 씨는 이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족은 이것이 A 씨가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A 씨 차 안에서는 누군가의 부러진 안경이 발견됐다. 또 A 씨 휴대전화는 부러진 채로 사건 현장 주변에서 발견됐다. 유족은 이런 상황을 종합해 사건 발생 당일 A 씨가 혼자가 아니라고 주장,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경찰 수사를 반박했다.


유족은 “내성적이긴 하지만 평소 밝은 성격이라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자살을 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할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을 감식한 한 법의학 전문가는 “사체는 전형적인 의사(목을 매 숨짐)로 보이나 의살(목을 매 죽임)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 A 씨 사인 배경을 둘러싼 진실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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