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면담과 김정은 친서 전달 여부 관심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동행...고위급 실무급 회담 동시 성사 가능성
[아시아경제 뉴욕=김은별 특파원·백종민 선임기자]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릴 북ㆍ미 고위급 회담이 이르면 17~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이번 만남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ㆍ미 협상의 물꼬를 트고,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철ㆍ최선희 미국행 항공편 예약= 16일 중국 공항 관계자 등과 미 외신들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김 부위원장은 오후 6시25분 베이징발 워싱턴DC행 유나이티드항공 UA808(CA 7203편 코드 공유)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해 5월 말 뉴욕 고위급 회담 이후 7개월 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는 지난해 10월7일 4차 방북 이후 102일 만에 마주 앉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말~6월 초 김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좌초된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내며 싱가포르로 가는 길을 닦았다. 이번에도 두 사람이 다시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회담 성과에 따라 김 부위원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담 가능성도 크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뉴욕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DC로 직행하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방문 당시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DC가 아닌 뉴욕으로 향했다. 2010년 8월 천안함 폭침 사건 주도자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미국이 일시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고 방문을 허용한 상태에서도 김 부위원장은 늘 뉴욕에서 접촉하는 것을 고집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에서는 빠져 있는 만큼 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동 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16~17일 워싱턴DC에서 재외공관장 회의를 주재한다. 이어 오는 22~25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일정을 고려했을 때도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보다는 워싱턴DC에서 직접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하나= 이번 고위급 회담의 1차 목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최종 조율이다. 두 정상이 새해 들어 '친서 외교' 등을 통해 '조속한 재회'에 대한 의지를 서로 교환하는 등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가운데 현재로선 시간표와 장소 등 실행 계획(로지스틱스)의 확정 절차가 남은 상태다. 이번에도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지난 주말 사이 인편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김 부위원장 편에 다시 친서가 전해지면 그에 대한 추가 답신 성격이 된다.
2차 회담 개최지로는 접근성과 상징성 등의 면에서 베트남 하노이가 1순위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그 밖에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고 일각에서는 하와이, 판문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 기간을 감안해 '2월 말~3월 초' 개최설이 제기돼온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2월 중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회담 준비 외에 양측은 2차 정상회담 의제도 조율해야 한다. '톱다운 협상'의 특성상 최종 담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몫으로 그 공이 넘어가겠지만, 이번 만남 후에는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주고받기 조합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무 회담을 주도할 최 부상이 김 부위원장과 함께 워싱턴DC행 비행기를 예약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15일 베이징에 도착한 최 부상은 기자들에게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부상의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웨덴으로 향해 트랙1.5(반관반민) 회담이나 실무 회담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 아직 최 부상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최 부상이 워싱턴DC로 간다면 현지에서 고위급 회담과 실무 회담이 동시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북ㆍ미 간 고위급 회담이 추진될 때도 최 부상이 김 부위원장과 동행해 북ㆍ미 실무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고위급 회담 자체가 무산되며 실무 회담은 여지껏 열리지 못했다.
최 부상이 워싱턴DC에 이어 스웨덴으로 향한다면 남ㆍ북ㆍ미ㆍ중ㆍ일ㆍ러 등 6자회담 대표들의 회동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9일 방한한 켄트 하스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와 면담한 바 있다. 외교부 측은 두 사람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양국 간 협력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이 자리에서 최 부상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에 6자회담 대표가 참석하는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
다만 북ㆍ미 양측 모두 접촉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아직 없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현재로서 발표할 회담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스웨덴 외교부도 최 부상의 방문 사실은 알고 있지만 미국과의 실무 회담에 대한 정보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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