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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꿈의 씨앗은 낯선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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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버킷리스트에 가장 많이 꼽는 꿈은 아마도 세계일주일 것이다.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 자체다. 하지만 여행이나 해외 체험은 꿈을 찾는 과정으로도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나는 대학 시절 20여개국을 여행하고 호주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면서 세상에는 수만 가지 삶의 방식이 있고, 나의 무대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73개의 꿈을 쓸 수도 있었다.

음식도 다양하게 먹어봐야 무엇이 맛있는지 안다. 막 구운 피자에서 입으로 길게 이어지는 치즈의 사르르 녹는 맛, 연어 알이 입안에서 터질 때 느껴지는 희열,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광어 꼬리회, 달고 시고 맵고 짜서 혀의 모든 부위를 자극하는 태국의 매운탕 뷅얌꿍, 육즙이 줄줄 흐르는 아르헨티나산 스테이크, 손맛으로 느끼는 인도의 카레를 먹어보고 나면 정갈한 산나물 비빔밥과 된장국 고유의 맛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 된장국만 먹은 사람은 세상에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있는지 모른 채 그저 된장국을 먹으면서 지겹다고 불평 불만이나 하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요리책에서 사진만 보는 것보다 직접 먹어보는 것이 훨씬 나은 것처럼 직접 경험은 간접 경험보다 훨씬 강렬하고 생생한 교육이 된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과학, 언어 등 교과서로는 그저 외워야만 했던 지식들이 현지에서는 삶 자체로 체화할 수 있다.
과테말라의 파카야 화산에 가보면 마그마가 흘러서 현무암으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리프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면 바닷속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세계사 교과서에서 아무리 접해도 감이 오지 않던 오스만제국은 이스탄불에 가면 그 위용을 느낄 수 있다. 나라를 바꿀 때마다 환율을 계산하고 현지 물가를 파악하다 보면 경제 감각을 키울 수도 있다. 상인들과 물건값을 흥정할 때마다 협상력과 친화력 또한 늘게 된다. 또한 현지의 기후가 농수산업과 요리,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해외 체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영어 학원에 쓸 돈이 있다면 그 돈을 아껴서 여행이든 교환학생이든 봉사 활동이든 해외에 나가보라고 100번이고 권하고 싶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넓어질 것이며 영어 실력까지 향상될 테니까.

이때 중요한 것은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이나 다른 여행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깨닫고 생각의 그릇을 확장하는 것이다. 스페인에 가면 오후에는 시에스타(낮잠)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고, 프랑스에 가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면서 아이를 낳고 잘 살아가는 연인들이 많다. 이란에서는 이슬람교가 여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볼 수 있고, 인도에서는 성대한 결혼식을 위해 평생 모은 돈으로 3일간 파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 가서 난민촌을 방문하거나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심정으로 목숨을 바쳤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창문도 없는 단칸방에서 4명이 살아가는 슬럼가에서는 새삼 우리의 삶에 감사하게 된다. 당장은 학교나 직장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인생이 끝날 것 같지만 관록 있는 여행자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모든 이들이 해외를 다녀왔다고 꿈을 찾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큰 세상을 보고 나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나가라. 이 세상은, 그리고 당신의 가능성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할 테니.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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