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경고그림 인기…그림 바꿔달라 막무가내·사재기도 극성
경고그림 가려주는 담배 스티커 인기…사업주 직접 스티커 구매해 매장 구비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계산대 바로 앞에 진열한 담배를 보고 있으면 저도 징그러워서 한숨부터 나옵니다. 괜히 시비를 거는 손님도 늘었어요. 안보이게 치우라고 화를 내거나, 덜 혐오스러운 부착 제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도 한 두명이 아니에요. 덜 징그러운 그림 사재기도 극성입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3일부터 출고되는 모든 담배에 새로운 경고 그림 및 문구를 표시한 한 이후 지난주부터 판매에 들어간 소매점들은 신규 적용 제품에 반발하는 흡연자들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용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난해(59ㆍ가명) 씨는 "그림을 보고 바꿔 달라고 하는 손님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며 "영정사진 제품 말고 차라리 발기부전 그림 담배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발기부전 그림이 인기다 보니 그 제품만 따로 보관해서 단골 손님이 오면 주는 편"이라며 "하루에 5명 이상은 바꿔 달라고 떼를 쓰고, 새로운 보루를 뜯어봐라 하면서 막무가내 요구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최근 새로운 경고그림 담배때문에 아르바이트(알바)생을 내보낸 사례도 있다. 종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두원(57ㆍ가명) 씨는 "야간 알바생이 손님과 시비가 붙었는데, 이유가 원하는 그림의 담배를 주지 않아서였다"면서 "손님이 컵라면에 물을 받은 이후에 경고 그림을 보니 밥맛이 떨어진다고 던져서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이 붙기 시작한 후에는 매출도 부진하다"고 했다.
경고그림 때문에 '담배 스티커' 사용도 늘고 있다. 중구의 한 편의점주 김민수(67ㆍ가명) 씨는 "최근 무료 이벤트로 담배 스티커를 준 곳을 발견해서 편의점에 진열해놨는데, 손님이 바꿔달라고 하면 스티커를 붙여서 내준다"면서 "이후부터 실랑이가 거의 사라져서, 무료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직접 사서 구비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담배 스티커' 사용을 추천하는 댓글이 도배를 이루고 있다. 아이디 kim*******은 "뒤에 것은 무엇이냐, 또 뒤에 것은 무엇이냐 하는 통에 지치기 일쑤였는데 스티커를 붙여준 후에는 손님들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웃으면서 나간다"면서 "스티커 비용이 정신 건강이나 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출고되는 모든 담배에 새로운 경고 그림 및 문구 표시를 하도록 했다. 이는 2016년 12월23일 처음 경고 그림 표시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들의 익숙함과 내성이 생겨 경고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고그림 표시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나면서 기존 그림에 익숙함과 내성이 생겨 경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그림과 문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의 담배 규제 기본협약은 경고 그림을 주기적으로 수정하거나 보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선 궐련류 담배의 경고그림 가운데 효과가 가장 낮다고 평가된 '피부노화'를 삭제하고 '치아변색'을 추가했다. 또 전자담배의 경고그림 수위를 높이고 제품 특성에 맞게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 유발 가능성을, 궐련형 전자담배는 암 발생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이는 그림으로 바꿨다. 경고 문구도 관련 질병 발생과 사망 위험 증가도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고 흡연의 손실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보건복지부는 담배 경고 그림의 전면 교체로 담배의 폐해를 향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경고 그림의 금연 및 흡연예방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경고 그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경고 그림을 바꾸고 현재 담뱃갑 면적의 30% 이상인 그림 면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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