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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法 궁금증, 현문현답] 사법농단? 직권남용? 너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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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죠. 바로 ‘사법농단’ 의혹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졌던 ‘국정농단’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사법농단’은 왜 나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농단이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맞습니다. 사법농단 의혹도 국정농단 못지않게 규모가 너무 크고 방대해서 ‘농단’이라는 말을 붙여진 거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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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에는 어떤 내용이?
사법농단 의혹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2017년 9월까지 6년 동안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 내부에서 벌어진 수십개의 불법행위 의혹을 뜻합니다. 여러 연루자들이 있지만 검찰은 사법부의 수장이자 대법원 의사결정권자였던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로 꼽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의혹은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이번 의혹 제기의 신호탄이었던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대두되는 비판세력 압박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을 비판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탄압 의혹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판결 김기영 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 징계 시도가 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 정책 반대한 법관 사찰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선출개입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 작성지시 및 서명 ▲법관들의 온라인 카페인 ‘이판사판 야단법석’ 카페 와해 시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및 운영개입 등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많은 혐의가 있는데 아직 또 있습니다. 이번에는 ‘재판거래’ 의혹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했다는 겁니다.

재판거래 의혹에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관련 선고 지연 및 판결 개입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관련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통진당 재판들 개입 및 제소 기획 ▲현대차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보다 더 나은 위상을 확보하고자 헌재 소장 비판 대필 기사 게재,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 사건에 대한 재판 개입 등이 있습니다.
셋째가 ‘부당한 조직보호’ 의혹 입니다. 법원행정처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 상대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수사기밀을 빼내고 영장재판부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의혹, 건설업자와 유착한 판사의 비위를 덮기 위해 일선 형사재판에 개입한 의혹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재가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넷째로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습니다. 광범위한 내용들 때문에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 피해 당사자들을 모두 더하면 100여명이 훌쩍 넘어갑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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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여부 가를 주요 혐의…최근 해석 좁혀진 판결 잇따라
사법농단의 대부분 의혹은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합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의 대부분 범죄 혐의 사실을 직접 수행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던 만큼 양 전 대법원장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권남용 혐의가 법원에서 얼마나 인정될 것인가가 구속여부를 가를 관건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한 해석을 좁혀서 판결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직권남용죄의 ‘직무’ 범위를 좁게 해석한 판결이 나온데 이어 최근에는 ‘남용’의 범위를 좁혀 해석한 판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해에는 직권남용의 ‘직무’ 해석 범위를 좁힌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 당시 공무원 동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화이트리스트 사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채용외압’ 등 다수 판결에서 “법적으로 규정된 직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봤습니다.

올해는 남용의 의미도 좁게 본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원은 지난 3일 ‘민간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추명호 등 국정원 간부에 대해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 인식하고 보고도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기능적 행위지배’, 즉 직위상 상급자이고 불법행위 과정에서 내용도 충분히 보고 받을 수는 있지만 범죄행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공모공범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한 겁니다.

이처럼 법원이 최근 내놓은 판결들은 불법행위를 하게 된 권한이 본래의 직무에 속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위를 이용해 불법을 저질렀지만 직무에는 포함되지 않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 vs. 검찰…혐의와 증거의 싸움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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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법원장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6월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 놀이터에서 재판거래 및 인사 불이익 의혹에 대해 “결단코 그런 적 없다”고 단호하게 부인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어떻게 남의 재판에 관여하고 간섭하는 일을 꿈꿀 수 있겠냐”고 주장했습니다.

이달 11일 검찰에 소환 되기 직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수사에서 나온 증거와 증언에 대해서는 “선입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검찰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법조계는 이를 두고 법 권위자였던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 혐의를 피해가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결정적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입니다. 1차 조사 때 주로 조사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개입과 관련한 증거와 증언을 검찰은 확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전범기업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양승태 독대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한상호 변호사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만나 선고 지연과 선고내용 변경 등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죠. 이 과정에서 전직 대법관들은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만났다는 증거도 확보했죠. 또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서명이 담긴 문건이 드러나면서 유력한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14시간여 동안에 걸친 고강도 1차 소환조사를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주말에 휴식을 취하고 이르면 14일 검찰의 2차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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