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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효자에서 ‘변수’로 추락한 반도체

최종수정 2019.01.11 11:21 기사입력 2019.01.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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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보고서 "둔화 사이클 장기화 가능성"


경제 효자에서 ‘변수’로 추락한 반도체


경제 효자에서 ‘변수’로 추락한 반도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새해 첫 경제동향(그린북)에 반도체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동차와 조선 등 전통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 경제를 홀로 견인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당초 시장 기대보다 낮은 10조원대의 ‘어닝쇼크’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경기 하락은 곧 경제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정부 내에서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11일 “반도체 업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경제동향에 언급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살펴야 할 변수라는 게 현재의 정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기재부는 미·중 무역갈등을 우리 경제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요소로 꼽았는데, 여기에 반도체가 추가된 셈이다.

정부의 걱정은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5G통신장비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주력산업인 반도체업황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기 위한 것도 방문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 총리는 이날 “‘반도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격려를 받고 싶다”며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 쇼크는 물론이고 지난 10일 국제금융센터가 게재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반도체 사이클은 올해 둔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반도체 상황에 대해 “수출 증가율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7%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일단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추게 되고 수요·공급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둔화 사이클은 예상보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단가도 최근에는 떨어졌다. 대표적인 수출상품인 낸드플래시 128GB 가격은 지난해 7월 5.27달러에서 12월에는 4.66달러로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 하락은 투자 위축과도 직결된다. 그린북의 설비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7.4% 감소했다. 특히 국내기계수주 감소율은 21.0%에 달했다. 기계류 수입 역시 12.5% 줄었다. 기재부는 “국내기계수주가 줄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하락하는 것은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수출도 걱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수출 달성규모를 7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수출 품목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반도체만으로 또 다시 수출의 새역사를 쓰기는 쉽지 않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올해 1~10일 수출 현황을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7.2%나 감소했다. 석유제품(-26.5%), 선박(-29.7%) 등 주요 수출 품목 하락도 마찬가지였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올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으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제시하면서 업계가 요구한 1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기에 착공되도록 지원키로 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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