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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풍경…지갑 얇아진 중장년층·취업 못한 젊은층 소주만 마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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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소주 판매량, 계속 늘어 ‘불황 트렌드’
지갑 사정 여의치 않아 안주도 없이 소주만 구매
병 보다 가성비·휴대성 강점의 페트·팩 소주 인기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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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서울 중구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이수창(43)씨는 요즘 퇴근길에 매일 같이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소주를 산다. 예전에는 맥주와 소주를 사서 폭탄주를 즐겼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소주로 바꿨다. 이 씨는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부담스러운데 장사는 신통치 않아 폐업을 고민 중"이라면서 "소주 한잔이라도 마셔야 시름을 그나마 덜 수 있어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게 습관이 됐다"고 토로했다.
2년째 아르바이트만 전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박미지(27)씨는 편의점에서 소주를 이틀에 한번 꼴로 산다. 취직 활동도 어렵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해서 술집을 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 박 씨는 "소주를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지만 최근 과일맛 소주가 많이 나와 선택하는 편"면서 "적당히 취기도 돌아 한잔 마시고 자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푸념했다.

'불황에는 소주'라는 공식이 올해도 깨지지 않았다. 겨울에는 맥주보다 소주 판매량이 높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고정 수요였던 중장년층과 함께 취업난으로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층이 '소주파'로 돌아선 점도 눈에 띈다. 외식비 부담에 홈술(집에서 먹는 술)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정용 페트 소주가 유독 많이 팔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3.8% 늘었다. CU에서도 같은 기간 7.8% 증가했다. 이 두 편의점의 소주판매량은 1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6.4%, 10.5% 뛰었다.
CU 관계자는 "병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페트 소주를 찾는 수요가 갑자기 많아졌다"면서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소주 구매를 많이 하면서 매출 신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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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최근 더욱 악화된 경기불황의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소주 판매량이 증가한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 실업 등으로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됐다. 여기에 급격히 오른 외식비로 인한 홈술 문화 확산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소주 판매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영등포구의 한 CU 편의점주 "소주를 사가는 손님들의 표정만 봐도 불황이 극심한 것처럼 느껴져 잘 팔린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주머니가 가벼워서인지 병보다는 조금 저렴한 소용량 페트 소주가 인기"라고 전했다.

실제 이마트24의 11월 병 소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했다. 이중 페트와 팩 소주 매출은 지난해보다 44.4%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18일 현재 페트ㆍ팩소주는 전년 동기대비 34.6%나 많이 팔렸다. 같은 기간 병 소주 매출은 3% 증가에 그쳤다.

동작구의 한 GS25 편의점주는 "중장년층도 소주를 많이 찾고 20~30대도 소주를 많이 사간다"면서 "젊은 친구들의 발길이 많아져 작년보다 소주 매출이 쏠쏠하지만, 심정은 씁쓸하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근처에 오피스텔이 많아 젊은 단골 손님이 많은데, 하나같이 모두 취준생들"이라며 "생활비가 부족해서인지 안주도 사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주 제조업체 역시 소주 판매 증가 이유로 불황에 따른 소비 트렌드로 내다봤다. 경기불황일때는 아무래도 소주가 잘 팔리는 게 일반적인 특징인데, 최근 매출 신장은 이 같은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란 것.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판매율 증가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페트 소주 판매량이 높은 것은 휴대하기 편하기 때문으로, 야외 활동은 물론 집에서 혼술하기에도 좋아 많이 팔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업소용 소주와 가정요 소주의 판매 비율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 60대 40이던 하이트진로의 업소용과 가정용 판매 비중은 현재 50대 50으로 변경됐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식 등 술자리가 줄면서 '업소용' 수요가 줄겠지만 여가시간 등의 확대로 '가정용' 소주 판매량은 오히려 확대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12월 말로 갈수록 소주 판매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판매량은 130만9000㎘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이를 병(360㎖) 단위로 환산하면 36억3600만병.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른 주종보다 서민적인 소주를 더 찾은 것 같다"면서 "경기 불황이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소주 판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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