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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시대의 역설-下]"아무것도 모르는 늙은이는 밥도 굶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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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절감 위해 패스트푸드점 등 곳곳서 무인화 바람
기계 주문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 '쩔쩔'
손님 눈치, 점원 무시에…노인들 "불편, 설움"
18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한 패스트푸드점에 키오스크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객님, 지금은 무인POS 운영중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18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한 패스트푸드점에 키오스크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객님, 지금은 무인POS 운영중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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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도대체 뭘 눌러야 화면이 넘어간다는 거야…"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스푸드점 키오스크(KIOSKㆍ무인 주문결제 단말기) 앞에서 이종하(가명ㆍ69)씨의 당황한 손길이 화면 이곳저곳을 가로질렀다. 그는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지 안경을 쓰고 벗기를 반복하며 글자 하나하나를 정독했다. 이씨는 자신의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를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매대로 향해 직원을 통해 음식을 주문했다.
최근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여러 식당에서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키오스크를 들여 놓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노인들이 기기 사용에 서툴러 주문에 애를 먹고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3곳의 패스트푸드점엔 '지금은 무인 카운터 운영시간입니다'란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노인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직원을 불러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종종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는 이씨는 "올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기계로 주문하면 뒷사람이 오래 걸린다고 눈치 주고, 직원은 노인네들을 귀찮아한다"며 "이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들은 밥도 굶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노인이 주문을 하고 있다. 매대엔 '지금은 무인 카운터 운영중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노인이 주문을 하고 있다. 매대엔 '지금은 무인 카운터 운영중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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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절감과 젊은 세대의 편리함을 고려할 때 매장의 무인화 바람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장ㆍ노년층이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갈등 사례도 생기고 있다. 지난달 서울 은평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선 화면에 주문번호가 뜨는 것을 알지 못한 한 노인이 "주문한 게 나오지 않는다"며 직원과 말다툼을 하다 직원 얼굴에 음식을 던진 일도 있었다.

일부에선 키오스크 옆에 전담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을 덜 쓰려는 본래 취지와 동떨어진 결과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은 올해 초 키오스크를 들여놨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중ㆍ장년층이어서 결국 사용법 설명을 위한 직원을 따로 배치했다. 식당 관계자는 "처음 한 두달이면 손님들이 적응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 결국 인건비 절감 효과는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화 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스템에 익숙해질 때까지 '과도기 인력'을 배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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