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결정 유보의 의미…어쩌다 '국제문제'로 비화했을까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신성철 총장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문제로 비화시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4일 카이스트 이사회가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안건 의결을 유보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밝힌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에게 제기된 혐의가 총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직무정지를 밀어붙였지만 과학계의 반발을 샀고, 이사회에서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 입장에선 국내 기관에 대한 감사 중 비위혐의를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했는데 어느새 국제문제가 돼 버린 상황에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사안은 어쩌다 '국제문제'가 됐을까.
하지만 이에 따른 신 총장에 대한 검찰 고발과 직무정지 요청이 잇따르자 LBNL에서 위법사실이 없었다고 과기정통부에 서한을 보내면서 '국제문제'로 비화하게 된 것이다. LBNL은 과기정통부에 서한을 보내 DGIST와의 용역계약이 미국에너지부(DOE)와 LBNL 규정을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는 DGIST가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 감사를 진행해 왔는데 요청하지 않았던 LBNL의 해명이 전해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연구소인 LBNL이 그렇게 허술하게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국내 여론이 더해지면서 과학계의 반발은 더욱 심화됐다.
◆논란 중심에 선 LBNL은 어떤 곳?=그도 그럴 것이 LBNL은 세계 3대 기초과학분야 연구소이자 분자물리학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최초의 국립연구소다. '사이클로트론'을 발명해 분자물리학의 황금시대를 열고 우주의 성질에 대해 연구해 놀라운 발견을 한 물리학자 어니스트 로렌스가 1931년 설립했다. 설립 후 이 연구소는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직원 수는 약 4000명 규모, 연간 예산만해도 약 1조 원 규모다.
◆공은 검찰 수사로=신 총장의 비위 혐의에 대한 진실은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최고 지성의 전당인 카이스트의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한다"면서 "한국 과학기술의 긍지인 카이스트가 타 기관의 감사 결과에 의하여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고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DGIST에 대한 감사로 카이스트의 현 총장의 직무정지가 요청된 데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검찰 조사에서 뚜렷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과기정통부의 DGIST 감사결과만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기정통부도 한발 물러서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안이 검찰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 모든 의혹과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면서 "신 총장도 향후 교육자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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