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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고액연봉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구간설정?…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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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의지 드러내지만…"최임위 위원들이 합의해야"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2차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2차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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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노동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취임 일성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정책 속도 조절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방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표한 '2019년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 초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결정 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지난 12일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이 갖는 위치를 생각해봤을 때 결정 구조를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고, 국회 입법도 있다"면서 "노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내년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최저임금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그 전에라도 정부에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관련해선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이원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임위 내에 최저임금 인상의 상하한선을 정할 '구간설정위원회'와 그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임위가 재적위원의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 결정하고 있다. 30년간 이어진 이러한 결정 구조는 노사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행으로 이어지거나 공익위원들이 결정권을 쥐면서 그때마다 객관성,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곤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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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차관은 "전문가들이 구간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노사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체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경제나 고용상황, 근로자 생활 수준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합리적인 안이 나오고 국민 전체의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노동계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의 상하한선을 설정하는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4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은 지금의 제도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가라고 하면 교수, 변호사 같은 고액연봉자일 것이고, 최저임금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라며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전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정부 뜻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법, 제도를 개선하겠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개악(改惡)"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도 "최임위는 독립적인 기구로 활동하고 있어서 정부 마음대로 구조를 개편하기 힘들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개정에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개편은 최임위 위원들이 합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구간설정위를 두는 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줄이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판단된다면 노동계에서 찬성할 리 없다"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제 11기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의 임기는 대부분 2021년 5월까지다. 그는 "정부가 최저임금과 관련해 근본적인 개혁을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비 올 때 모면하기 위한 방법 찾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임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이번 정부의 개편 방침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이다. 지난 7월 류 위원장은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낸 바 있다.

류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지금처럼 노사와 공익위원들이 모여서 해야 할 이유가 전혀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기관을 포함해 외부에서 최저임금 결정에 관련된, 마치 국민들이 보기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며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발언에 대해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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