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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모순…"저임금 근로자, 근무시간·월급 줄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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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발표
최저임금 오를수록 비정규직 근로자 수 비율도 늘어

文정부 최저임금 속도 조절 논의 시작한 가운데 나온 연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의 모순…"저임금 근로자, 근무시간·월급 줄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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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한국은행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이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의 상관관계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한은 보고서가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은행은 BOK경제연구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임현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신우리 서울시립대 교수) 보고서를 통해 전체 근로자들 중 최저임금 인상 적용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늘어나면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영향권에 든 근로자가 1%포인트 늘어나면 전체 근로자들 중 비정규직 비율은 0.68%포인트 증가했다. 최저임금 영향권인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약 2.3시간 줄었다. 전체 월평균 근로시간(177.9시간) 중 1.3%가 감소한 셈이다. 근로시간 감소는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이들의 평균 월급여는 89만원에서 1만원 깎였다.
임현준 연구원은 전날인 13일 브리핑에서 "단정할 순 없지만 사업주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근로 시간을 줄였고 급여까지 연쇄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의 급여가 줄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월 급여 격차가 5000원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은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큰 폭으로 올랐다. 내년 1월1일부터 최저임금 8350원이 적용된다. 올해 대비 10.9% 인상된 금액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 대비 16.4% 올랐었다. 급격한 상승 탓에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직원 해고, 폐업 같은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점주들의 수익성을 보장하려 18년만에 근접출점 제한 카드까지 꺼냈다.

임 연구원은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크게 확대되며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졌을 것"이라며 "그 영향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위적으로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며 "급속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현재 경제체제에선 어느 한쪽에 부작용이 발생해 전체 경제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상승 '의류·액세서리 업종' 직격탄…"영세업자 몰릴수록 취약"

의류ㆍ액세서리 업종이 최저임금 영향률 가장 높아…생산성도 떨어져
식료품, 자동차ㆍ트레일러, 고무ㆍ플라스틱 등은 최저임금 오르면 생산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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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르면 제조업 중에서도 영세업체가 밀집된 의류ㆍ액세서리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모가 큰 자동차 업종이 받는 영향은 미미했으며, 오히려 최저임금이 오르며 생산성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날 한국은행은 BOK경제연구 '최저임금과 생산성:우리나라 제조업 사례'(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육승환 연구위원) 보고서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최저임금 영향이 제조업 업종 영역에도 규모마다 다른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논의시 생산성 개선 효과, 노동 비용 증가, 고용 감소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 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역시 조사대상 기간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였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기준 최저임금 영향률(총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중)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3.3%로 집계됐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자는 4.24%에 그쳐 사업장 규모별 차이가 컸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클수록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지고 고용증가율은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제조업 조사 대상 중 최저임금 영향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의류ㆍ액세서리로 36.26%였다. 그 뒤를 가방·신발(30.74%) 업종이 이었다. 육승환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은 "영세 자영업자가 밀집한 것이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은 원인이었는데,이들 업종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생산성까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해서 의류ㆍ액세서리 업종처럼 반드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료품 업종도 최저임금 영향률은 29.76%에 달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되려 생산성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료품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상승하자 생산성도 뛴 제품군은 자동차ㆍ트레일러, 고무ㆍ플라스틱, 펄프ㆍ종이 제품 등이 있었다. 보고서는 "제조업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반면 생산성이 떨어진 제품군은 가방ㆍ신발, 가구, 목재·나무 제품, 전기장비 등으로 나타났다.

육 연구위원은 "제품군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1차 금속, 섬유제품, 자동차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퇴출하는 구조조정까지 질적인 측면에서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진 유통업 등 서비스업과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2017∼2018년은 제외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보다 훨씬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유통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이 제조업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편의점의 예만 들어도 최저임금이 오를 수록 고용을 덜 하고 생산성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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