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시절, 필자 주변에는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는 학교 건물이 대부분 언덕에 있었기 때문인데 공강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학생들은 모두 스쿠터로 이동을 시도하였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에서는 교수나 직원의 주차 공간만 마련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동차가 있어도 주차하기 힘든 데 비하여, 스쿠터는 주차도 편리했고 과거에는 50cc 미만 오토바이는 번호판 부착도 의무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끼리의 중고 거래도 활발했으며,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의 대안이 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궁금해져 검색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차는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생산한 '나노'라는 자동차로 신차가 약 200만원 정도인 차였다. 실제로 '나노'를 개발한 타타 그룹의 회장은 스쿠터를 운전하는 인도의 한 가족을 보고 이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자동차 제품 컨셉은 경쟁자를 다른 자동차로 잡지 않고 '스쿠터'로 잡았기에 다운그레이드를 결심했다.
다운그레이드 한 내용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의 다운그레이드 된 사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창기 출시 모델의 경우, 라디오, 에어컨 등의 기본 기능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동차 차체에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는가 하면, 이를 접착제를 사용하여 붙이기도 했다. 트렁크도 없었으며, 와이퍼도 하나만 장착되는 등, 그야말로 '이보다 더 사양을 낮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운그레이드를 감행했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과 동일한 다운그레이드 전략의 결과가 왜 이렇게 다른가? 이는 Value-based pricing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가격 정책을 이해해야 알 수 있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판매자는 제품 원가와 제품의 판매가의 차이에 집중을 하지만, 소비자는 자신이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치와 제품의 판매가의 차이에 집중하기에 시각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 싼 가격이 옳은가? 소비자는 어떤 가격을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다음 칼럼에서 이어서 다루도록 하겠다.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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