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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납부? 헷갈리는 적십자회비 지로 용지

최종수정 2018.12.12 13:38 기사입력 2018.12.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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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금 용지와 비슷, 세대주·납부기간까지 명시
'자율 참여 성금' 써있지만 미납땐 고지서 재발송
세계 198개국 중 지로 용지 모금은 한국이 유일

의무 납부? 헷갈리는 적십자회비 지로 용지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세금인가 성금인가.

연말연시만 되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길다란 한 장의 고지서.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다.

대한적십자사는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을 '집중 모금기간'으로 정하고 각 세대에 지로용지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모금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사는 매년 연말연시 개인은 1만원, 사업자는 3만원의 금액이 적힌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를 25~75세 모든 세대주 대상으로 발송한다. 용지는 일반 공과금 고지서와 흡사한 형태로 주소와 세대주 이름, 납부기간까지 명시돼 있다.

'적십자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용지 뒷면에 이미지 형태로 돼 있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민 홍영숙(42ㆍ가명ㆍ서울 마포구)씨는 "세금 용지와 모양이 비슷하고 집집마다 꽂혀 있어서 당연히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면서 "나이가 많은 분들은 더 헷갈리기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회비를 내지 않은 세대주에게 2월께 지로용지를 재발송한다. 이에 세금으로 오인한 시민이 연체금을 우려해 회비를 납부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적십자사가 이런 모금 활동을 하는 건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의거해 적십자사는 각 지자체로부터 세대주 성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확보한다. 그러나 적십자가가 개인정보 제공을 위한 별도의 동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문제로 꼽힌다.

'강제 납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적십자사가 가진 고유의 순기능을 훼손하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적십자사는 '적십자에 관한 조약과 국제적십자회의에서 결의한 인도적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기금은 이재민을 위한 재난구호나 4대 취약계층 희망풍차 결연 활동, 긴급 위기가정 지원 등 인도주의 활동에 쓰인다.

모금 방식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여론에 대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을 고려해 현행의 지로 용지 배부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지로 용지상에 자율참여형 모금임을 안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전 세계 198개국 적십자사 가운데 지로용지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적십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회원가입을 신청한 경우에만 회비를 납부하고 있으며, 미국도 공동모금단체(United way)나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한다.

일부 지역에서 통ㆍ반장이나 공무원들을 동원해 회비 모금에 나서는 방식도 문제다.

적십자회비는 1996년까지 통ㆍ반장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수납해 사실상 세금인 것처럼 모금됐으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현재의 지로용지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모금 방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올해 1월 대구시가 통ㆍ반장 등을 통해 아파트에 모금 협조문을 부착하고 구내방송을 실시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는 "공무원을 동원한 불법적인 적십자회비 모금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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