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6개월간 지원해주지만…가재도구 살 형편 안돼
보험사는 재판 결과 보고 보상금 지급, 건물주는 책임 회피 급급
창문으로 탈출했던 B씨, 결국 다시 고시원으로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사진은 화마의 흔적이 선명한 화재 직후의 국일고시원 모습. /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불길을 뚫고 살아남았지만 앞으로의 삶이 더 두렵습니다."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뜨거웠던 여론은 잠잠해졌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생존자들은 생계의 막막함과 화재 트라우마로 여전히 밤잠을 설치고 있다.
화재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두려움에 손을 떨었다. A씨는 "대리운전을 마치고 막 방에 들어왔을 때로 기억한다"며 "'쿵' 소리가 한 번 나더니 1, 2분 뒤 또 소리가 들려 방문을 열어보니 입구 쪽 방에서 연기가 났다"고 기억했다. 그는 지금도 큰 소리에 깜짝 놀라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어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A씨는 당시 인명피해를 키운 이유로 작동하지 않은 화재 비상벨을 꼽았다. A씨는 "이전에 오작동으로 여러번 비상벨이 울렸었다"며 "하지만 막상 화재가 나자 비상벨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 오작동 소리가 싫어 비상벨을 일부러 꺼놓은 것 같다고 고시원 거주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A씨는 "비상벨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인명피해는 훨씬 적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화재 당시 3층에 거주했던 A(57)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대피하는 과정에서 양쪽 손등에 3도 화상을 입어 한 달 째 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진은 화상을 입은 A씨의 양 손 모습. (사진=이승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천우신조로 목숨을 건졌지만 앞으로의 삶은 화마(火魔) 못지않게 무섭게 그를 짓누른다. 종로구청은 화재 피해자들에게 이달부터 6개월간 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A씨는 "임대주택은 모든 가재도구를 우리가 마련해야 하는데, 당장 불타버린 옷들을 새로 살 돈도 여의치 않다"며 "우리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결국 고시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는 고시원 화재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법률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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