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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문자에서 영상으로 신구술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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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이 검색엔진이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위화감이 들었다. 정보란 문자라는 상식이 지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문자화를 거치지 않은 구술이나 행동은 현실에 더 가까운 쉬운 정보다. 게다가 AI와 기자재 장비의 발전으로 현실을 콘텐츠화하는 일이 한없이 쉬워지고 있다.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지금 '구글 어스 스튜디오'를 검색해 보자. 예전에는 헬기를 띄워야만 가능했던, 요즘에도 드론이 필요했던 항공 비행 영상을 위성 사진으로 3D 이미지화해 만들어 준다. 초고화질 실사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드라마나 교육 프로그램의 인트로 등에는 얼마든지 무료로 활용 가능하다. 기술은 영상의 진입 장벽을 글쓰기의 수고 이하로 낮춘다. 포토샵 보정도 한때는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되니 파일 저장하듯 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에 활용되는 픽셀롯(Pixellot)과 같은 장비와 시스템은 그냥 세워만 두면 여러 개의 카메라 렌즈가 자동으로 현장 실황을 추적하고 편집하여 4K 영상을 송출해 준다. 스포츠 중계용답게 앱으로 보고 싶은 장면만 볼 수도 있고, 경기가 멈추면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심지어 하프타임에 광고를 넣어 주는 기능도 있다. 학교 운동회나 조기 축구회의 실시간 생중계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방송국과 광고회사의 장치와 인력이 하던 일이었다. 소셜 미디어에 흐르는 파리 시위의 현장도 '짐벌(흔들림을 없애 주는 장치)'로 촬영하니 마치 영화와 같이 보인다. 프로의 품질은 기술 혁신에 의해 대중화되고 있었다.

방송사는 지난 20년간 신문잡지산업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력의 차이로 신문이 사라지지는 않은 것처럼, 방송사의 프로듀싱 능력은 쉽게 넘볼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공들인 프로들의 프로를 유튜버가 따라하기 쉬울 리 없다.
10년 전만 해도 블로거가 세상을 바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의미 있는 취재는 대개 프로의 몫이었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취재를 하는 이들은 오히려 활약할 수 있는 장이 늘어났다. 하지만 방송사는 신문사가 취재와 편집의 두 기둥 중 편집을 포털 등 플랫폼에 내어준 이후의 일을 알고 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광고를 포함한 수익 사업은 그 편집의 힘에서 나오기에 편성을 잃으면 취재 콘텐츠를 개별 판매하는 CP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이미 그 편성의 힘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유튜버가 공중파 방송인보다 더 유명하다. 특정 연령대의 일인가 싶었는데, 방송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유튜브로 노인들도 몰린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자체 편성의 시대라서다. 스마트폰은 TV와 달리 휴대할 수 있고 개인용이다. 가처분 시간 쟁탈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화면이 작고 시청 시간의 단위가 짧다 보니 콘텐츠의 퀄리티는 자극적 내용에 의해 무마될 수 있다. 기술 혁신 덕에 이제 영상은 문자보다 생산과 소비의 문턱이 더 낮은 정보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포털에 왜 편집을 그렇게 했냐고 따져보기라도 했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기계가 독자의 취향에 맞게 추천하고 관련 영상을 배열한 것뿐이니 따질 일도 없다. 내 첫페이지의 수준은 그저 내 수준에 불과하니까. 귀찮게 문자를 뇌에서 해석할 필요도 없다. 신구술시대는 이렇게 열리고 있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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