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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에 처음 죽음 생각…소설 매달 한 편씩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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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자 송주성 씨
보험회사 일하며 50세에 데뷔한 늦깎이 소설가
"이대로 죽으면 너무 허무…베이비부머 세대 희망 될 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30대 작가보다 20~30년 늦게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써야 한다. 일흔 살이 넘어서까지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소설가 송주성(55)씨는 2014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쉰 살이 된 그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매달 한 편 꼴로 완성했다. 단편 아홉 편을 썼는데 마지막 작품 '금샘'으로 제1회 금샘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출근 시간에 전화를 받았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대상을 받은 것이냐'고 확인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송주성 씨는 학창 시절 문학 소년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부도 못 했고 책도 안 읽었다. 대학도 못 갔다. 1986년 가을에 제대하자마자 돈 벌러 미국에 가 뉴욕에서 3년 동안 살았다. 1989년 여름에 귀국해 건설회사에 취직했는데 외환위기로 회사가 망했다. 그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송통신대 국문학과에 입학했고 문학 동아리 활동을 했다. 방통대를 다니면서 지금 하는 보험회사 일을 시작했다.

송씨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 옷이 좋아 10~20년을 입는다. 옷을 사면서 이 옷이 다 해질 때까지 살 수 있을까, 이대로 죽으면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친 듯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A4 용지로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다섯 장씩, 주말엔 무조건 A4 열 장을 쓴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첫 해 상을 받았으니 금방 소설가로 출세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성과가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함안 중편소설공모전에서 '노아'로 가작에 당선됐다. 힘을 얻은 송 씨는 지난겨울 소설창작론을 다시 공부했다. "세부 묘사로 인간의 진실성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처음 4년 동안은 진실성에 대해 모르고 소설을 썼다"고 고백했다.
"말로는 속일 수 있지만 행동이나 표정으로는 진실을 숨기지 못 한다. 이를테면 상사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손이 앞으로 모아지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이전까지 이런 작은 행동에서 나타나는 표현들을 생각하지 않고 사건만 죽 나열했는데 이걸 깨닫고 나니 쓰기가 좀 더 편해지고 좀 더 소설답게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소설을 다시 공부한 뒤 내놓은 작품이 장편 '직지 대모'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직지심체요절(직지) 하권을 발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임을 알린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작품은 제6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바탕과 뼈대가 탄탄하며 작가의 역사의식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직지 대모 이후 쓴 작품을 퇴고하고 있다. 다음 작품으로는 제주 4ㆍ3 사건을 주제로 구상하고 있다. 머릿속에 소설뿐이라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달 20~21일 가족과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주말에 외출해 보기는 5년 만의 일이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 '중독'이 되니까 안 쓰면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 못한다." 불안보다는 재미가 그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소설쓰기는 내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소재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주제만 잡아 놓은 것이 20~30개 정도 된다. 4ㆍ3 이후에는 여순 사건에 대해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 다음에 뭘 쓸까 고민이 없으니 빨리 쓰고 다음 것을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송주성 씨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50~60대 등단 작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쓰면 된다. 마음먹고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가족을 위하느라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자신들의 얘깃거리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일단 시작을 하면 써질 것이다. 그런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소설은 한 사람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송주성 씨는 "소설가라고 불러주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서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공부 못 하고, 좋은 직장 못 얻고, 돈 못 벌고 그런 부담감을 털어냈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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