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자 송주성 씨
보험회사 일하며 50세에 데뷔한 늦깎이 소설가
"이대로 죽으면 너무 허무…베이비부머 세대 희망 될 터"
소설가 송주성(55)씨는 2014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쉰 살이 된 그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매달 한 편 꼴로 완성했다. 단편 아홉 편을 썼는데 마지막 작품 '금샘'으로 제1회 금샘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출근 시간에 전화를 받았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대상을 받은 것이냐'고 확인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송씨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 옷이 좋아 10~20년을 입는다. 옷을 사면서 이 옷이 다 해질 때까지 살 수 있을까, 이대로 죽으면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친 듯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A4 용지로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다섯 장씩, 주말엔 무조건 A4 열 장을 쓴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첫 해 상을 받았으니 금방 소설가로 출세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성과가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함안 중편소설공모전에서 '노아'로 가작에 당선됐다. 힘을 얻은 송 씨는 지난겨울 소설창작론을 다시 공부했다. "세부 묘사로 인간의 진실성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처음 4년 동안은 진실성에 대해 모르고 소설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소설을 다시 공부한 뒤 내놓은 작품이 장편 '직지 대모'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직지심체요절(직지) 하권을 발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임을 알린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작품은 제6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바탕과 뼈대가 탄탄하며 작가의 역사의식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직지 대모 이후 쓴 작품을 퇴고하고 있다. 다음 작품으로는 제주 4ㆍ3 사건을 주제로 구상하고 있다. 머릿속에 소설뿐이라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달 20~21일 가족과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주말에 외출해 보기는 5년 만의 일이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 '중독'이 되니까 안 쓰면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 못한다." 불안보다는 재미가 그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소설쓰기는 내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소재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주제만 잡아 놓은 것이 20~30개 정도 된다. 4ㆍ3 이후에는 여순 사건에 대해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 다음에 뭘 쓸까 고민이 없으니 빨리 쓰고 다음 것을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송주성 씨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50~60대 등단 작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쓰면 된다. 마음먹고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가족을 위하느라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자신들의 얘깃거리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일단 시작을 하면 써질 것이다. 그런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소설은 한 사람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송주성 씨는 "소설가라고 불러주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서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공부 못 하고, 좋은 직장 못 얻고, 돈 못 벌고 그런 부담감을 털어냈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