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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의 행간읽기] 하이힐 신는 여성, 제곱인치당 450kg 하중 견딘다

최종수정 2018.12.07 16:37 기사입력 2018.12.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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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린 H. 앤스니가 쓴 『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

원다라 기자

원다라 기자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나쁜 디자인'은 어떻게 불평등을 초래했는가. 2000년에서 2013년까지 TV에 깔려 숨진 10세 이하 아동 수가 360명 이상이다. TV가 크고 두꺼운 안정감 있는 형태에서 얇아졌지만 TV를 벽ㆍ바닥에 고정할 수 있는 부품을 함께 지급하지 않은 탓이다. 하이힐을 신는 여성은 제곱인치당 450㎏이 넘는 엄청난 하중을 감당해야 한다. 코끼리가 발바닥에 가하는 압력이 인치당 11~14㎏임을 볼때 하이힐이 젊은 여성에게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코가 좁은 하이힐에 발을 욱여넣기 위해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 뼈를 깎거나 새끼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스마트폰 화면의 작은 키패드는 시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는 스마트폰 카톡이나 인터넷 검색과 같은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없도록 세상을 단절한다.

이러한 디자인에 따른 불편, 생명의 위협은 노인, 여성, 아이 뿐 만이 아니다. 일부 의복 디자인은 남자의 건강에 해롭다는 우려도 있다. 남성의 바지에는 두툼하고 긴 지갑을 넣을 수 있도록 긴 뒷주머니가 달려있는데 지갑을 뒷주머니 넣고 다니는 습관은 심각한 요통을 일으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뒷 주머니에 8~10간 지갑을 넣고 다니는 습관은 척추 가장 아랫부분인 골반 비대칭을 일으킨다. 이른바 '크레디트 요통'이다. 직장인 남성 사이에선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진 채 걷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한 쪽 어깨에 메도록 디자인된 서류 가방 탓이다. 공간이 구분돼 있지 않아 내부 내용물이 축 늘어지는 캔버스 형태의 가방은 어깨의 부담을 더한다. 척추지압사들은 서류 가방으로 생기는 척추질환을 막기 위해 수납공간이 여러 개라 내용물을 분산할 수 있는 가방을 사용하도록 권하거나 체중의 10% 이상을 들고다니지 말라고 권한다.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마음의 병도 초래할 수 있다. 분리된 공간은 커녕 칸막이조차 부실한 남성용 화장실은 이미 남성들 사이서 분노의 공론을 모았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도 디자인에 따른 불편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운전석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탈 수 없게 만든다. 이어폰이나 건전지 등 전자관련 제품은 흔히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로 포장돼 있는데 이 '클램셸포장'을 뜯다가 병원 치료 받는 사람들이 매년 6만 명에 이른다. 심지어 왼손잡이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오른손잡이 사람들에 비해 짧다는 놀라운 사실! 일부 보험사에선 왼손잡이들에게 보험 가입 시 비용상 불이익을 청구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이래 매년 약 9000명의 사람들이 분사식 제설기를 사용하다 손가락이 잘린다.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된 공구 탓이다. 손가락이 잘리는 수부절단으로 필라델피아 수부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3년동안 왼손잡이가 몸 왼편에 절단 부상 있는 비율이 70%, 오른손른손잡이 잡이는 4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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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저자는 "부실한 디자인들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이들을 위해 이책을 썼다"며 "이제는 행동을 개시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너무나 익숙해서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편향에 대한 행동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 외적환경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내적 상태를 만든다는 일침도 놓는다. 저자는 "시민으로서 스스로 상상하는 것 이상의 권력이 있다"면서 "일상 곳곳에 도사린 '디자인의 힘'을 다스릴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건축 규정 개정에 대한 요구와 같은 적극적인 방법부터 소비자제품 안전위원회 웹사이트를 활용해 나쁜 디자인 제품을 불매하는 일상적인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나쁜 디자인을 알아차리는 점이다. 이 책에 나열된 수십가지 나쁜 디자인에 대한 지적은 '내 탓' 대신 주변을 새롭게 볼 기회를 제공한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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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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