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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靑 특감반 사태, 제도 정비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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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 김모 검찰수사관 등의 일탈 행위로 취임 19개월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공직 기강 해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자체 조사 과정에서 특감반 김 감찰관이 자신의 비위는 타 특감반원들도 일상적으로 해온 관행이라 변명한 것이 알려지며 비난의 강도는 높아졌다.

특감반은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라며 무소불위의 명성(?)을 떨치던 사직동 팀이 무분별한 공권력 남용으로 2000년 10월 폐지되고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설돼 현재까지 공직 전반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통령비서실의 업무 규정(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감반원이 그들의 직급과 관계없이 공직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것은 공직자들의 거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작성하는 공직자 감찰보고서는 공무원 승진, 전보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기에 고위직일수록 소위 '보험' 차원에서 친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부로부터 관급 공사 등 각종 혜택을 얻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특감반원들과의 친분을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이용하기 위해 유혹의 손길을 뻗치기도 한다.

사건이 알려지자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과연 조 수석의 사퇴가 특감반 기강 해이에 대한 최선책일까? 10년 이상 사정 업무를 경험한 필자는 "결단코 아니다"고 자신한다. 만일 조 수석의 사퇴가 해결책이라면 과거 정부에서 없었던 일이 이번 정부 민정 특감반에서 발생해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 수석 사퇴가 타당하다.

하지만 특감반원들이 물의를 빚는 일은 과거 정부에서도 심심치 않게 있었고 예전 정부 민정수석이나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지내다 현재 정치권에 있는 이들조차 이를 부정할 수는 없을 터인데, 마치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본질적인 해결 방안은 외면한 채 민정수석의 사퇴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거에는 어떠했나? 특감반원들의 비위가 드러나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쉬쉬하며 소속 부서로 복귀시키는 정도에 그쳤다. 이러한 관용적 처분에는 민정수석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는 인연도 작용했으리라. 오죽하면 수차례 특감반 근무 경험이 있는 김 감찰관이 조사 과정에서 '관행'이라는 표현을 했겠는가.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달랐다. 조 수석은 사퇴 압력 등 뭇매를 맞을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함에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타 특감반원들의 일탈 행위까지 공개했다. 공개한 만큼 쇄신책을 강구해야 하는 짐을 스스로 진 것이다. 역대 민정수석 중 '퍼스트 펭귄'을 자처했다. 고위 공직자가 관리 소홀로 문제가 야기됐을 때 사퇴하는 것만큼 비겁한 처신도 없을 것이다.

퍼스트 펭귄 조 수석에게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특감반원이라고 해서 타 기관에 임의로 정보 제공을 요청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반드시 비서관이나 수석 등의 결재를 거치게 해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개개 특감반원이 남용하려는 유혹 자체를 근절해야 한다. 둘째, 외근을 많이 하는 특감반의 업무 특성상 이들이 외부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는지에 관해 업무 계획 및 추진 결과 보고서 제출 등 최소한의 통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비서관이나 수석이 특감반원들이 외근 활동 중 무엇을 하는지 모든 것을 알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특감반의 비위에 대해서는 온정주의적 밀실 처리보다는 이번처럼 공개하고 더욱 엄정히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을 마무리하며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하는 특감반원들에게 이 글이 상처가 되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기도한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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