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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초고령사회 대비 위한 연금세제 개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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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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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동장군이 슬슬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한파에 옷깃을 여미는 요즘, 안방의 따뜻한 구들과 곡간의 넉넉한 양식이 그리워진다. 인생에서 노후는 흔히 겨울에 비유된다. 노년에는 건강도 염려되지만, 가장 큰 근심사는 황혼기의 '소득 절벽' 문제일 것이다.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4.3%를 기록해 처음으로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어섰다. 2060년에는 초고령사회 기준인 노인인구 비율 20%를 훌쩍 넘어 총인구의 41.0%가 노인으로 추정되고, 15~64세 생산가능인구 1.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설상가상 2018년 노인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단연 1위이고, 2위 스위스의 24%에 비해 갑절 이상 높다. 유비무환의 대책이 긴박한 누란지위의 형국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부양을 누가 담당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30.6%만이 '가족'이라 답했고, '사회 등'이 담당해야 한다는 견해가 50.8%에 달했다. 1998년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의 89.9%가 가족이라고 답한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국가의 노령인구에 대한 부양 의무와도 직결된다. 현재 노인의 기본소득을 밑받침하는 것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다. 우리나라의 연금 구조는 3층적 구조라고 한다. 1층은 국민연금, 기초연금의 '공적연금', 2층은 '퇴직연금', 3층은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사적연금'이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1층과 2층이 통합된 형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있더라도 여전히 노후 대비가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적연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의 비중은 네덜란드가 160%, 영국은 95.7%, 호주는 91.7%, 미국은 74.5%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5.4%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는 OECD 평균인 77%의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낮은 비율이다. 개인의 노후 대책은 우선 잔여소득을 은행에 저축하거나, 주식 등에 투자하거나, 연금을 불입하는 3가지 방안으로 대별된다. 은행 저축은 위험성은 작으나 저이율 시대에 접어든 요즘 수익성이 떨어지고, 주식 투자는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양자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적연금이다. 개인 단위 투자에 비해 연금기금은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효과적이고 다양한 투자를 시도할 수 있어 수익률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국가로서도 개인들이 사적연금을 통해 노후 소득을 마련하면 향후 노인 복지의 필요 재원을 절약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높지 않다. 그 원인으로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부족이 지적된다.

연금에 대한 세제는 크게 TEE(Tax-Exempt-Exempt) 방식과 EET(Exempt-Exempt-Tax) 방식으로 구분된다. 전자(TEE)는 연금 불입 시 그 불입액에 대해 과세한 후 연금 수령 시에는 비과세하는 방법이고, 후자(EET)는 연금 불입 시 그 불입액에 대해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한 후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이다. 동일한 담세력에 대해 두 번 과세할 수는 없으니 불입 시 혹은 수령 시 중 어느 한 시점에만 과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금세제는 후자(EET)를 채택하고 있다. 연혁적으로는 1994년 개인연금저축제도가 최초 도입된 이후 납입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다 2014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됐다. 2018년 현재는 개인연금 400만원, 퇴직연금의 근로자 기여분 300만원의 연간 합계 700만원 한도로 연금 불입액의 12%에 대한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있다. 연금 수령 시에는 총 연금액이 연간 1200만원 이하인 경우 원천징수 분리과세로 종결되고, 그 이상인 경우 종합과세가 이뤄진다.

TEE 과세 방식의 미국, 영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EET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사적연금 불입금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14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세제상의 역진성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에 대해서는 저소득층은 결과적으로 이미 교육비, 보험료 공제 등을 통해 대부분 세금을 공제받기 때문에 후순위의 사적연금 세액공제 효과가 아무런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고, 고소득층은 기존 소득공제에 비해 사적연금 가입의 유인을 느끼지 못해 부동산, 주식 등 다른 투자처를 찾게 된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거액의 운용기금을 확보해야 높은 수익률 달성과 원활한 연금 지급이 가능할뿐더러 기금 차원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전성도 도모할 수 있다. 충분한 운용기금이 확보되도록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이 가입자와 운용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현행 세액공제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으로 환원하거나, 세액공제 비율을 현행 12%에서 근로자의 평균 한계세율인 15% 내지 24%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후순위로 적용되는 사적연금 세액공제의 공제 순서를 상향시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연금 납입금이 수령 시에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 이중과세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면서 중산층 이상에 대해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초고령사회가 머지않은 현재 든든한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연금제도를 세제상으로 어떻게 지원할지 탁견을 구할 시점이 왔다. 개인의 따뜻한 노후를 보장하면서 늘어나는 국가의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묘책이 긴요하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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