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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김정은 위원장이 '위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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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는 연말연시 최대 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방문이 이뤄진다면 한국사에 남을 의미가 있을 것이다. 70여 년 만에 북한 최고 권력자가 서울에 온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록이지만 분단시대의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곤혹스럽다. 보수우익에선 '극력 반대'에서 나아가 테러 혹은 살해 위협까지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대화를 하자고 부른 '손님'을 맞는 자세가 아니다. 그 반대편엔 지난달에만 7개가 생겼다는 '김정은 환영단체'가 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북한식 '꽃술'을 흔들며 "김정은"을 연호하는가 하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치기도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장식했다. '백두칭송위' '위인맞이환영단'이란 이름이 여기 등장했다.
이를 보고 혀를 차다 못해 분노를 느끼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김정은을 칭송하겠다고? 그가 위인이라고? '위인'이란 그저 권력이나 재력이 큰 사람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큰 권력을 행사한 이를 모두 위인이라 한다면 멀리는 아돌프 히틀러나 사람 후세인도 위인이다. 말년에 이르러 세계 각국에 도서관을 세우는 등 자선행위에 앞장섰던 록펠러를 위인에 넣는 사람이 있어도 한때 세계 제일 부자였던 하워드 휴즈를 위인이라 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위인이란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 즉 가치 있는 일을 한 인물에 대한 찬사라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어떤 사람인가. 그야말로 부모 잘 만나서, 공영방송 EBS의 자회사의 표현을 빌자면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가 된 30대 청년 아닌가. 그가 한 일이 무언가. 그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한국전쟁의 책임까지 묻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이니 넘어가자.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무도하지만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 치자. 2017년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한 것도 권력투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우리와 무관하다 하자. 한데 많은 인명피해를 빚은 2013년 연평도 포격사건은 그가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되고, 이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의 책임을 따져볼 일 아닌가. 지금도 북한 언론은 '경애하는 지도자'라 칭하지 않는가. 독재자라 할지언정 그를 '위인'이라 해서 '칭송'할 이유는 전무하다.

김정은의 답방이 '의미'가 있으리란 건 인정한다. 그러니 '환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 몇 안 남은 독재자를 미화하거나 칭송할 일은 아니다. 김정은이 위인이라면, 속된 말로 파리도 독수리다.
그는 북한을 지배하는 실체적 권력자인 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상대일 따름이다. 그러니 그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는 '만용'도 용납되어선 안 되지만 그를 떠받드는 '무리'도 손가락질 받아야 한다. 하물며 김일성 일가에 비판적인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에 대해 협박 이메일을 보내 "민족 반역자" 운운하는 '김정은 환영단체'의 행태는 '환영'의 수준을 넘어선 행패다.

자, 건넌방에 세든 사람이 집 안팎에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를 든 채 돈을 내라고 집주인에게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화를 막기 위해 말로든 금품으로든 달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이때 옆에서 여차하면 불 지르겠다는 이에게 의사니 열사니 칭송하거나 나아가 그 협박범을 비난하는 이들을 겁박하는 무리가 있다면 두고 볼 것인가.

이와 관련해 3일 자 한 신문의 작은 기사가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 극우주의자들이 개최한 콘서트에서 "지크 하일(승리 만세)"이란 나치 구호가 나오자 경찰이 공연을 강제 중단시켰다는 뉴스였다. 독일 경찰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몰랐을까.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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