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를 두고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곤혹스럽다. 보수우익에선 '극력 반대'에서 나아가 테러 혹은 살해 위협까지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대화를 하자고 부른 '손님'을 맞는 자세가 아니다. 그 반대편엔 지난달에만 7개가 생겼다는 '김정은 환영단체'가 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북한식 '꽃술'을 흔들며 "김정은"을 연호하는가 하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치기도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장식했다. '백두칭송위' '위인맞이환영단'이란 이름이 여기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사람인가. 그야말로 부모 잘 만나서, 공영방송 EBS의 자회사의 표현을 빌자면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가 된 30대 청년 아닌가. 그가 한 일이 무언가. 그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한국전쟁의 책임까지 묻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이니 넘어가자.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무도하지만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 치자. 2017년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한 것도 권력투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우리와 무관하다 하자. 한데 많은 인명피해를 빚은 2013년 연평도 포격사건은 그가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되고, 이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의 책임을 따져볼 일 아닌가. 지금도 북한 언론은 '경애하는 지도자'라 칭하지 않는가. 독재자라 할지언정 그를 '위인'이라 해서 '칭송'할 이유는 전무하다.
김정은의 답방이 '의미'가 있으리란 건 인정한다. 그러니 '환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 몇 안 남은 독재자를 미화하거나 칭송할 일은 아니다. 김정은이 위인이라면, 속된 말로 파리도 독수리다.
자, 건넌방에 세든 사람이 집 안팎에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를 든 채 돈을 내라고 집주인에게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화를 막기 위해 말로든 금품으로든 달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이때 옆에서 여차하면 불 지르겠다는 이에게 의사니 열사니 칭송하거나 나아가 그 협박범을 비난하는 이들을 겁박하는 무리가 있다면 두고 볼 것인가.
이와 관련해 3일 자 한 신문의 작은 기사가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 극우주의자들이 개최한 콘서트에서 "지크 하일(승리 만세)"이란 나치 구호가 나오자 경찰이 공연을 강제 중단시켰다는 뉴스였다. 독일 경찰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몰랐을까.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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