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사건배당, 표면적으로는 문제 없어"
대법 "배당조작 가능한지 모르겠다…수사 지켜볼 것"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 행정처의 ‘재판 거래’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성남=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이기민 기자] 양승태 사법부에서 '배당조작'이 있었다는 검찰의 발표에 대법원이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맡기기 위해 배당을 조작한 정황을 찾아냈다'고 밝힌데 대해 법원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면 반박하는 모양새는 피했지만 검찰의 수사결과에 쉽사리 수긍하는 것도 아닌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번호를 미리 따놓는 방식이라면 배당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인데 전산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단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완곡하게 나마 검찰의 수사결과에 부정적인 시각을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근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 항소심이 시작되기 전 법원행정처가 배당을 조작해 특정 재판부와 특정 주심까지 직접 고르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옛 통진당 의원들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고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2015년 11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다시 심리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선고가 있기 전 법원행정처로부터 '의원직 상실 결정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지침을 전달받고도 1심 재판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양 전 대법원장은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사건이 접수되기도 전에 특정 재판부에 통진당 소송이 돌아가도록 사건번호를 비워둔 채 다른 사건들을 배당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사건번호를 미리 따놓는 방식의 배당조작이 가능했다면 다른 사건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다른 사건에 개입했을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다른 사건에도 이 같은 방식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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