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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코스닥 시장과 '코이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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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놈은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도 성장한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놓아 기르면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다. 이를 두고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이 넘는 더블유게임즈의 코스피 이전 상장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더블유게임즈의 이전 상장이 승인된다면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모두 94개사로 늘어난다. 또 시총 11조원이 넘는 코스닥 시총 1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코스피 이전 상장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앞서 코스닥 시총 1위였던 셀트리온은 이미 지난 2월 코스피로 옮겨갔다.
앞서 지난 10여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대장주 역할을 하던 기업들은 잇따라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에는 네이버와 LG유플러스, 아시아나항공 등이 이전 상장을 했고 2011년에 하나투어, 에이블씨엔씨, 코오롱아이넷, 2016년에 한국토지신탁, 동서, 2017년에는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코스닥 대장주들의 탈(脫)코스닥 선언은 이제 드문 일도 아니다.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은 지난해 79개사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전망한 105개사에 크게 미달한 수치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달까지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64개사(스펙상장 제외) 뿐이다. 코스닥시장 대어로 주목받았던 카카오게임즈는 물론 인카금융서비스 등 11개 기업이 금융위의 신규 상장 지지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 추진을 철회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 차원으로 추진 중인 '코스닥 스케일업펀드'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현재 진행 상황으로는 3000억원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조차 나온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코스닥지수는 지난 1월 말 930 가까이 치솟으며 10년여 만에 전고점을 갈아 치웠다. 코스닥 1000 시대가 열리나 했지만 지수는 이내 오름폭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현재 700선으로 후퇴했다. 소위 '검은 10월'에는 장중 610선까지 떨어지는 등 불안한 장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코스닥 기업들의 이전 후 누적초과수익률은 코스닥지수 대비 124%에 달한다. 코스닥 대신 코스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코스닥 상장기업의 계속되는 이전 상장이 코스닥시장의 투자자 기반과 상장기업 기반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또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요구하는 주주운동 연대는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안정적인 투자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에 코스닥의 질적 도약을 위해 시장 내 별도의 우량 기업군(프리미엄 세그먼트)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과 같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면 우량한 상장기업이 비용ㆍ편익의 관점에서 머물러야 할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먼저다. 5cm의 관상어를 100cm가 넘는 대어로 만들 수 있는 코스닥 시장을 기대해본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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